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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쓰라린 시대에는, 쓰라린 정신만 남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40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6 20:25:12
사진 출처 : http://sandralidell.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mvwgMwsL1-s




1.jpg

김남조섣달 그믐날

 

 

 

새해와서 앉으라고

의자를 비워주고 떠나는

허리 아픈 섣달 그믐날을

당신이라 부르련다

 

제야의 고개마루에서

당신이 가물가물 사라져가는 걸

뚫어서 구멍내는 몸짓으로

나는 바라봐야겠어

 

세상은

새해맞이 흥분으로 출렁이는데

당신은 눈 침침귀도 멍멍하니

나와 잘 어울리는

내 사랑이 어찌 아니겠는가

 

마지막이란 심오한 사상이다

누구라도 그의 생애

섣달 그믐날을 향해 달려가거늘

이야말로

평등의 완성이다

 

조금 남은 시간을

사금처럼 귀하게 나누어 주고

여윈 몸 훠이훠이 가고 있는 당신은

가장 정직한 청빈이다

 

하여 나는

가난한 예배를 바치노라







2.jpg

양성우천은사에서

 

 

 

보아라개울물도 눈뜨면 소근거리고

가끔씩 심각하게 소리치지 않느냐

버둥거려도 지울수 없는 손톱자욱을

쇠북소리로 어떻게 가리란 말이냐

하찮은 근심 따위야 바람끝에 묻혀 가지만

부처님은 언제나 자비롭고

보아라그 발밑에 숨쉬는

귀신들을 보아라

지아비나 지어미의 작은 소원도

때로는 몹시도 번거로운 것

빼앗기며 서럽게 살아갈지라도

쓰러지지 않으면 될게 아니냐

부끄럽지 않다면 벌거벗어도 좋은

둥둥떠서 흐르는 우리들의 일상

보아라무덤이 가까이 있고

보이는 것은 모두 늙어가지 않느냐







3.jpg

이기철열하를 향하여

 

 

 

지원은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너

거친 모래 땅 열하에 도달 했다지만

나는 아홉의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도 한개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마음 덮으면 없는 강이 마음 밝히며 열의 강으로 소리를 놓인다.

 

숱 많은 머리카락 날리며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가

메마른 계절일수록 마음은 불타 올라

쓰라린 시대에는 쓰라린 정신만 남는다

 

참말 뜨겁게 살아 보리라

마음 다지면 맨살의 모래는 끓어오르지만

다가서면 열하는 마음 밖 백리에 피안으로 누위 있다

 

아직도 멀었느냐 아픈 발 내리고 내 몸 잠시 쉬일 곳은

내 발 디뎌 참새 발자국만한 흔적 남길수 없는 땅 위에

낙타의 발을 이끌고 오늘도 고삐를 죄는 세월이여

 

어제 상수리나무 아래 쉬던 사람들

오늘은 꿈이 어지러운 그들의 적막 위에 잠들었느냐

어제 아프던 사람들 오늘 새살 돋은 발을 이끌고

고원을 건넜느냐

 

바라보던 눈물겨운 것들 너무 많아

내 작은 가슴으로 그곳들의 아픈 꿈 다 끌어안을 수 없지만

눈물의 값짐을 아는 자만이 사람의 귀함도 알 수 있다

가자 날 저물면 처마 아래 들고 날 밝으면 모래밭을 걸어

슬프고 작은 것 불러모아 그들의 등 다독이며 가자

고독도 손 잡으면 친구이리니

마음의 거친 물결 재우며 가자







4.jpg

유안진서리꽃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日記)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 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작은 이 가슴마저

시려드는 밤이면

임자 없는 한 줄의

()를 찾아 나서노니

 

사람아 사람아

등만 뵈는 사람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이 마음을 어쩔래

육모 서리꽃

내 이름을 어쩔래







5.jpg

황지우, 12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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