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입니다
*조언이나 댓글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불펌 안돼용....
나는 항상 남동생 브랜든과 꼭 붙어 지냈다.
눈 한쪽이 멍이 들거나 입술이 터져 피가 난 채로 내 방으로 올 때면 옆에 끼고 잠을 잤다.
아빠가 술에 취한 채로 집에 와서 가구를 넘어뜨리고 계단 밑으로 던지는 소리가 들려올 때면 동생 옆을 지켰다.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을 위해서였는지 나를 위해서였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단지 상황이 녹록치 않을 뿐이라고 동생에게 속삭여줬다.
혼자서 아이 두 명을 돌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나 브랜든이 가지고 있던 모든 문제를 다른 아이가 떠안아야 할 때는 특히 그랬다.
(역주-본인과 동생을 가리키는 듯 합니다)
그 때는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진찰을 받을 수 없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동생은 중증 자폐를 앓고 있었다.
말을 전혀 할 줄 몰랐지만 뭐가 필요한지, 뭐를 원하는지는 거의 다 알아챌 수는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브랜든은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분명 아빠가 돌봐줄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브랜든에게 음식을 먹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비타민과 무기질을 먹어야 하는데 아침 점심 저녁으로 콘푸레이크만 고집하던 내 동생.
내가 고작 중학교 2학년 밖에 안됐어도 성장 중인 아이에게 설탕 범벅인 시리얼로는 부족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동생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주려고 온갖 방법은 다 써봤지만 소용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착한 동생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고집 센 아이였다.
만약 동생이 무언가를 원치 않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콘푸레이크가 아닌 다른 음식을 먹이려고 할 때마다 끝없이 몇 시간이고 엄청나게 비명을 질러댔다.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한 지 셋째 날이 되던 날 결국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동생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마자 집 밖으로 내쫒고 문을 잠궈버렸다.
밥 먹이기도 질렸고 그냥 그 순간에는 만사에 다 질렸던 것 같다.
곧장 방으로 뛰어가서 베게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다가 잠이 들었다.
해질녘이 되서 어둑해질 때쯤 잠에서 깼었나.
머리가 멍해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데에도 몇 분이나 걸렸다.
그러다 밖에서 브랜든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다가 조용해 졌을 때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완전히 공황 상태가 되서 계단을 세 칸씩 뛰어 내려가 브랜든이 몇 시간고 서 있었을 문 밖으로 돌진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동생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왜냐하면 한 번도 자기 이름에 대답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집 근처에는 키 큰 소나무가 잔뜩 있었는데 가을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만 있었다.
숲 속은 그저 한없이 빽빽해보였고 잔뜩 겁을 먹은 채로 정처없이 헤멨다.
브랜든을 찾는 데에만 혈안이 되서 바로 옆을 지나치는데도 모를 정도였다.
발견 당시 동생은 땅 위에 구부리고 앉아서는 뭔가를 열심히 파내고 있었다.
손은 흙 때문에 새카매져있었다.
뭘 파내는 지는 몰라도 어쨋든 그걸 먹고 있었다.
동생이 놀라지 않도록 살금 살금 다가갔다.
"브랜든?"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도 안하고 반응도 없었다.
손을 뻗어서 동생의 어깨에 조용히 올렸다.
브랜든이 짜증이 나서 눈썹을 잔뜩 찌뿌린 채로 나를 돌아봤다.
입 안에 뭔가 가득찼는데 일부러 살피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가을에는 동네 여기저기에 달래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랐는데.
달래를 무더기째로 뽑아서 내일 죽을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입에 넣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브랜든을 도와 잔뜩 뽑은 달래를 갈무리하고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우리가 모아온 달래를 가지고 심심한 죽을 쒀줬다.
그 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동생이 호랑이캐릭터로 포장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처음으로 봤다.
이후로 둘이서 밤바다 달래를 캐러 나갔다.
나도 실력이 점점 늘어서 달래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냈고, 정말 마법처럼 브랜든은 아무 음식이나 달래만 들어있으면 맛있게 먹어줬다.
나로 인해 브랜든이 점차 나아지니 뭔가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마치 내 삶의 목적이라도 찾은 것 처럼.
달래를 찾으러 점점 더 멀리 나가다가 결국 16번 고속도로를 건너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딱히 혼잡한 구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밤에 건너자니 걱정이 되서 동생을 꼭 붙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딱히 성과도 없고 날도 빨리 어두워져서 브랜든에게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을 했었다.
아침에 다시 와서 좀 더 찾아보자고 열심히 설득을 했다.
하지만 동생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동생의 손을 잡고 집 쪽으로 잡아끌었지만 비명소리만 키울 뿐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때라 나보다 키가 더 커져 있었다.
재빨리 뒤로 돌아 나를 밀어뜨리고는 16번 고속도로를 향해 달아나 버렸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섰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브레이크가 끼익하고 뒤이어 묵직한 쿵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속도로 근처까지 갔었다.
때맞춰 모퉁이에 멈춰 선 차량이 눈에 들어올 만큼 고속도로 근처까지 갔었다.
때맞춰 동생을 끌어안고 죽기 전에 이마에 키스를 해줄 수 있을 정도로 고속도로 근처까지 갔었다.
브랜든의 시신을 옮겨 우리집 현관 앞에 조용히 내려놨다.
아빠의 차가 집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술 집에서 오던 길이 분명했다.
오늘따라 일찍 집에 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빠의 차 앞 쪽으로 걸어가서 찬찬히 살펴봤다.
오른쪽 전조등이 완전히 부서져 움푹 들어가있었다.
후드가 깊게 패여 있었고 브랜든의 머리를 치였는지 핏자국이 조금 남아있었다.
집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윗층으로 가 아빠방으로 향했다.
서랍장 맨아래칸에는 38구경이 장전된 채로 양말 더미 속에 숨겨 있었다.
총을 꺼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골아 떨어진 상태였다.
온 집안에 술냄새와 달래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빠 쪽으로 가서 힘껏 발로 찼다.
발길질을 두 번이나 하고 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제정신을 차린 아빠는 무척이나 화를 냈다.
문득 브랜든을 차로 쳤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해졌었다.
안다 하더라도 별로 신경쓰지도 않았겠지만.
총을 치켜세워 아빠에게 겨냥했다.
내가 가슴에 한 방 쏘자 아빠의 눈이 튀어나올듯 커다래졌다.
총 맞은 곳을 움켜쥐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 넘쳐나 입고 있던 더러운 러닝셔츠를 빠르게 적셨다.
목에 한 방, 그리고 나서 오른쪽 눈에도 한 방 더 쏴줬다.
남은 힘을 끌어모아서 브랜든을 묻어주고 집에 불을 질렀다.
20년도 더 된 일인데 이제야 처음 여기에 털어놓는다.
지금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학교도 다시 다녔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힘들었지만 대학까지 마쳤다.
지금 나에게는 두 명의 아이와 사랑하는 남편도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브랜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있다.
동정을 바라거나 충격을 주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고..
그냥 여태 이 사실을 가슴 속에만 묻고 살자니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5년 전 쯤에 옛날 집터로 가본 적이 있는데 잡초가 너무 많이 자라서 어디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브랜든을 묻은 장소조차 찾지 못하는 줄 알았다.
근데 달래가 놀랄만치 무성하게 자란 곳이 한 군데가 있었다.
아마 그곳에 브랜든이 잠들어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