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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39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20 18:05:09
사진 출처 : http://indieteen.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2FPeAGcE3Q4




1.jpg

류시화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버릴 수 있다면

 

 

 

누가 말했었다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강에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 지는가

흰 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

 

들꽃들은 왜 한적한 곳에서

그리도 빨리 피었다 지는 것인가

강물은 왜 작은 돌들 위로 물살져 흘러 내리고

마음은 왜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가







2.jpg

엄원태어두워질 때

 

 

 

금호강 방죽 위를 걷는다

해는 저물었지만

잉크병 같은 박명(薄明)의 푸른빛이 있다

오래전부터 이 시간을 사랑하였다

강변 풍경엔 뭔지 모를 이끌림 같은 게 있다

어스름이란마음에도 그늘처럼 미미(微微)한 흔적을 남긴다

강바닥 버드나무들은 언제부턴가 둥근 무덤들을 닮았다

그때 너를 놓아 보냈던 게

내 손아귀 안간힘이 다해서였던가,

생각하면 모래알같이 쓸쓸해지지만 여한은 없다

해오라기 하나 물에 발을 담그고 가만히 있다

저대로 밤이라도 새우려는지

가슴께에 보드라운 흰 털이 바람에 부스스 일어난다

새들도 저처럼 치명적인 상처를 가졌다

나는 가슴을 가만히 쓸어본다

버드나무에 걸린 지난 홍수의 비닐조각들은

내 등허리에도 틍증처럼 걸려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미련도 남아 있지 앟다

이제 곧 밤이다







3.jpg

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4.jpg

이해인선인장

 

 

 

사막에서도

나를

살게 하셨습니다

 

쓰디쓴 목마름도

필요한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내 푸른 살을

고통의 가시들로

축복하신 당신

 

피 묻은

인고(忍苦)의 세월

견딜 힘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살아 있는

그 어느 날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화려한 꽃 한 송이

피워 물게 하셨습니다







5.jpg

정호승쓸쓸한 편지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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