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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졸릴지도 모르겠네요
단풍 지는 바람에 당신이 스칩니다
구름처럼 몽글몽글한 그대 머릿칼에
가끔씩 나홀로 침식하고 가라앉습니다
당신에게 이렇게나 깊게 베였는데도
나는 아직도 당신을 찾아요
잔잔한 노래를 흥얼이는 당신이 스칩니다
잠결에 잠시 생각났을뿐입니다만
맑은 물에 물감 한 방울 떨어트리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지는 것처럼
내게 당신은 그렇게 들어와 나를 채웠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으나
나의 손길과 눈빛이 당신에게 감금되었습니다
잠시 지나친 향기에도
나는 당신의 몸내음이 떠오릅니다
어쩜 이리 나를 괴롭히는 행복입니까
전부 비워내면 나조차도 남지 않을까요,
그런 의문 덕분에 나는 또 당신을 품고 잠듭니다
꿈에서조차 꿈같은 그대를 만납니다
꿈에서조차 / 윤동욱
혓바늘이 새벽녘부터 돋았던 아침이었다
잠을 자고 또 자도 부족했던 하루
현실이 꿈같아서 눈을 뜬 낮조차도 잠자는듯 했다
아픈 이유를 알면서도 내뱉지 못하고
낱말과 문장 사이에서 서성일 뿐이었다
난 괜찮다고 운을 떼었고 다시 잠들었다
매번 그렇게 너와 내게 거짓말하였다
익숙한 비참함이었다
그냥 / 윤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