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상 양자 대결에서 두배 가까이 지지율이 뒤쳐진 것으로 나왔다. 본선 경쟁력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주)에스티아이(대표 이준호)에 의뢰해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번 대선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두명이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라고 물은 결과 문재인 후보 56.7%, 반기문 후보 28.7%로 나왔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4.6%였다.
반 전 총장은 60대 이상과 대구 경북 지역,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의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를 앞섰을 뿐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보수진영 연합후보로 반기문 전 사무총장, 그리고 야권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할 경우를 가정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물은 결과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56.9%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반기문 후보가 27.0%, 안철수 후보가 8.0%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1%였다. 야권이 갈라져 보수진영 후보와 3자 대결을 펼쳐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변동이 없다는 점이 주목된다.
3자 이상 대결을 가상해 야권 통합이 필요하냐는고 묻는 질문에도 통합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44.5%)이 통합해야 한다(42.6%)는 응답보다 높게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당 지지층은 각각 56.4%, 56.1%가 야권이 통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월14일 오후 충북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충주시민 귀국 환영대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야권 통합 후보는 위협적인 보수진영 후보와의 양자 대결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카드인데 문 전 대표를 뛰어넘는 보수 진영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야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낮게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이 문 전 대표와의 대결이나 3자 대결에서 좀처럼 치고 나오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최근 논란이 된 행보와 연관돼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누워있는 고령의 환자에게 미음을 먹이고, 위안부 문제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가리켜 나쁜 놈들이라고 발언하는 등 최근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단순한 해프닝을 언론이 부풀려 보도한 것"이라는 의견은 34.9%에 그쳤고, "대선주자로서 문제가 있는 행보"라고 답한 응답은 57.2%에 달했다.
반 전 총장의 논란을 보는 시각은 세대별로 갈렸다. 19~29세, 30대, 50대에서는 60% 이상 대선주라로서 문제있는 행보라고 지적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언론이 부풀려 보도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 전 총장이 중도에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중도 포기할 것"이라는 응답(45.5%)이 "완주할 것"(41.0%)이라는 응답을 앞선 것으로 나왔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156) 응답자 중 반 전 총장의 대선 완주보다 중도 포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오면서 해당 지역의 반 전 총장에 대한 민심이 균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최근 논란거리를 잠재우고 중량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이상 불신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중도 포기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등 기존 정당에 입당한 뒤 소위 '빅텐트'에서 헤쳐 모여 진영을 아우르는 후보로 거듭날 경우 재평가받을 수 있는 여지도 남아있지만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시각을 하루빨리 바꿔놓지 않으면 빅텐트 구상도 그르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 에스티아이 박재익 연구원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뚜렷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향후 강력한 집권의지를 드러내는 행보가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 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는 응답은 29.9%로 나왔다. 반면 "삼성의 눈치를 본 편파적인 결정"이라는 응답은 64.1%였다.
수사 결과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이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한 내용이 확산된 바 있다. 특검도 뇌물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 상황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국민 여론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 눈치를 본 편파적인 결정이라는 응답이 높은 것은 정경유착 문제가 심각하다는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새누리당(138)과 바른정당(74) 지지자는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다는 의견이 각각 78.6%, 62.6%로 나왔다.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하고 이 전 부회장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도 높게 나왔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60.2%로 나왔고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32.8%로 나왔다. 대구 경북(102) 지역에서도 구속해야 한다는 응답(46.4%)이 구속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43.3%)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이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이고 '피해자'인 삼성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박영수 특검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4.1%로 나왔다.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0.7%였다. 답변을 유보한 잘 모르겠다라는 응답은 15.3%였다.
헌법재판소 8차 변론까지 마친 탄핵심판이 빠르면 2월 중순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높은 가운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받아들이지 않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할 것"이라는 응답은 무려 72.1%로 나왔다. 탄핵심판 기각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응답은 24.9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