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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우리는 매일 표절시비를 벌인다
게시물ID : lovestory_838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07 18:45:47
사진 출처 : https://alfredocirillo.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5PKGu9C1yo




1.jpg

김경미표절

 

 

 

우리는 매일 표절시비를 벌인다

네 하루가 왜 나와 비슷하냐

내 인생이

네 사랑은

그렇고 그런 얘기들

 

밤 전철에서 열 사람이 연이어 옆사람

하품을

표절한다







2.jpg

김영무수술 이후

 

 

 

허파 한쪽 잘라낸 후

추수 끝난 논바닥에 괸 물 속

붕어처럼

모로 누워서 흘끗

석양 비낀 하늘 한쪽 곁눈질한다

구름장 시꺼멀수록

저녁놀은 어기여차 더욱 붉더라







3.jpg

도종환쓸쓸한 세상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

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

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

산다는 게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어서

파도는 그치지 않고 제 몸을 몰아다가 바위에 던지고

천 권의 책을 읽어도 쓸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글 한 줄을 씁니다

사람들도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세상 가득 그대를 향해 눈이 내립니다







4.jpg

김현승무등차(無等茶)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 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11월의 긴 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







5.jpg

김선우사랑의 거처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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