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판 즐겨보는 대한민국 건아 흔남입니다.
이런 데 글 올리는 거 처음이라 많이 떨리네요.
걍 편하게 음슴체 갈게요.
와 정말 글쓰는게 쉬운 일이 아닌 듯. 막상 쓰려니 막막해지는 이 느낌..
가족소개 좀 하자면 엄마, 나, 누나 그리고 떨어져 지내시는 아버지 이렇게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구성.
난 그냥 평범한 사람임. 어무이도 평범하신 대한민국 아줌마임.
하지만, 아버지와 누나는 좀 촉이 남다름.
아버지는 가끔씩 꿈자리가 안 좋다며 연락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뭔 일이 터짐.
누나는 아버지의 업그레이드 버젼?
꿈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가끔 뭔가 보이나 봄.
서론이 너무 길어진 듯.
본론 들어감.
2살 터울인 누나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붙어만 있어도 싸웠음.
사실 지금도 보면 종종 싸우곤 함.
싸움의 발단은 언제나 사소하고 유치하지만 정말 왜저러나 싶음.
무튼 미운정, 고운정 다 든 우린 서로 숨기는 게 거의 없음.
서로의 비밀에 대해서만큼은 잘 알고 있는 우리임.
그래서인지 난 가족 중에 유일하게 누나의 그런 촉을 알고 있음.
누나는 자신이 그런 것을 엄마나 아버지께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함.. 왜인지 모르겠음, 이건 말 안 해줌.
나도 사실 긴가민가 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확신하게 됨.
난 보통 주말이면 산 타러 감.
산의 그 후레쉬함에 찌들었던 내 육체가 정화되는 느낌임.
일주일에 한 번 목욕가듯, 난 목욕 가기 전에 꼭 산을 타고 감.
산 타느라 지친 심신을 뜨뜻한 탕에 담그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음.
그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산을 타고 온 날이었음.
목욕 가기 전 목욕 가방 챙기느라 잠깐 집에 들려야 했는데, 문 앞에 누나가 서 있는 거임.
읭?ㅋ 반가워서 인사를 하려는 순간,
누나의 표정이 눈에 들어옴.
그리고 난 인사하려던 손을 살며시 내려놓았음..
누나의 표정은 딱 벌레씹은 얼굴.
진짜 딱 그 표정이었음.
뭐라 더 설명할 길이 없음 이건.
그 얼굴에 표정에 눈빛에 압도당한 난 주춤거리며 물었음.
나 : 왜 그러고 서 있지..??
누 : 니, 어디 갔다 오는데.
나 : ?? 산. 왜?
누 : 아, 이 미친@#*₩%=&$※! 니 여기서 딱 기달려 집에 한 발짝도 들이밀지 말고 꼼짝말고 있어!
이러고는 쾅 문닫고 들어감.
난 벙찜.
누나가 돌아올 때까지 벙찜.
난 이 때 낌새를 알아채고 도망갔어야 했음.
누난 곧 돌아왔음, 팥과 소금과 함께.
바가지에 담긴 팥과 소금을 본 순간, 아 이 누나가 저걸 뿌릴 거구나 하고 대충 짐작이 갔으나 피하기엔 이미 늦었었음.
누 : 가만히 대고 있어.
이 한마디만 남기고 누나는 팥과 소금을 한움큼식 쥐었음.
그리고 날 후려쳤음.
인정사정없이 매우 쳤음.
님들 팥 맞아봤어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맞을 땐 조카 따갑고 맞고 나선 한동안 맞은 부위가 얼얼함.
난 팥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날 깨달았음.
난 가만히 있으라는 누나의 말을 어긴 채 (도망은 못 가고)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피해보려 했으나 누나의 매서운 손은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음.
나 : 아!! 대체 왜 이러는데! 아! 아!
누: 가만히 있어! 니 얌전히 안 있으면 묶어놓고 친다.
한 3분도 못 견뎠던 것 같음.
모자라면 더 보충해 와서 던졌었음..
마침내 누나는 뿌리는 걸 그만뒀고 내게 들어와도 된다고 했음.
남은 팥과 소금은 문 앞에 놓아두더니 밟고 들어오라 함.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했던 난 별수없이 시키는대로 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금 범벅이었으므로 (팥은 대충 털었으나 소금은 잘 안 털렸음.) 바로 화장실로 직행함.
누 : 너 오늘은 더이상 다른 곳에 가지마.
안 그래도 진이 다 빠졌던 터라 목욕탕 대신 걍 집에서 씻고 말았음.
나중에 저녁시간이 되자 아버지한테서 연락옴.
아 : @₩%#&+×*~(간단한 안부) 너 오늘도 산 갔다 왔나?
나 : 네? 네, 으찌 아셨다요?
아 : 잘 다녀왔나? 어디 다친 데는 없고?
나 : 네. 뭐 별일이야 있을라고..
아 : 그래도 한동안은 몸조심 하고 댕겨라. 어디 아프면 전화하고.
나 :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몸 잘챙길게요.
아버지까지 나서서 걱정하는 걸 보자 슬슬 느낌이 왔음, 누나의 행동에 뭔가 있었다는 게.
아버지와 통화 마치자마자 바로 누나한테 달려감.
나 : 누나누나누나누나누나누나누나누나
누 : 나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예의 아님?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가라 함.
그래도 묻고 싶은 건 묻자는 생각에 용기를 내 막 던졌음, 오늘 낮에 뭐였는데 라고..
누난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날 쏘아보기 시작함.
그 뭐라 해야 되지? 수색전? 하는 것마냥 상하좌우 털 하나하나 세심하게 훑어보는, 마치 이 놈을 어디부터 뜯어먹어야 가장 맛깔나게 먹을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사냥꾼처럼 뭐하나 놓치는 것 없이 날 노려보는 거임.
누 : 니 오늘 oo 마을에 있는 산에 다녀왔지?
나 : 어? 어찌 알았대??
반응이 저랬지만 당시 난 정말 놀랬었음.
그 마을이 멀기도 멀었지만, 평소에는 그냥 가까운 산에 다녀오고는 했음.
근데 이날따라 다니던 곳만 다녀서 질렸던 건지 진짜 오랜만에 그쪽까지 갔다온 거였음.
여기서부터 누나의 말이 가관이었음.
누나 말로는 원래 좀 그 마을에 대한 느낌이 안 좋았다고 함.
내가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을 때, 누난 뭔가 집으로 들어오려 한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함.
굉장히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었댔음..
그래서 내가 오기 한 십분? 십오분쯤 먼저 집 앞으로 나가 뭔가 있나 둘러보고 있었다 함.
그러던 와중에 내가 온 거임.
처음엔 멀리서 걸어 오는 게 내가 아닌 줄 알았다고 함.
좀 더 가까이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지고 나서야 날 알아보았고 그 때 정말 소름끼쳤다고 함.
기억나는대로 대화로 적어봄.
나 : 어떻게 자기 동생을 못 알아 볼 수가 있어? 그래도 한평생 같이 지내왔는데.
누 : 닥쳐. 니가 니 꼬라지를 봤어야 해.
나 : 내가 뭐 어쨌는데. 원래 산 타고 오면 사람이 좀 냄새나고 더러울 수도 있지..
누 : 그런 게 아냐. 그런 거라면 니 평소 모습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서 익숙하지.
나 : 그럼 뭐였는데..
누 : 니 얼굴부터 몸 전체가 다 시커맸어. 꼭 죽은 사람마냥 시체 같았다고.
나 : ??!
누 : 이상한 게 니 뒤에 매달려서는 팔로 니 목을 조르고 있더라.
잠시동안 누나와 난 아무 말도 없이 시선만 교환했음.
시체 같았다는 말 들었을 때부터 머리가 텅 빈 것 같아서 뭔가 더 할 말이 생각나질 않았음.
5초간 아이컨텍만 하다가 내가 어렵게, 아주 어렵게, 매우 어렵게 먼저 말을 꺼냈었음.
나 : 장난하는거제..?
누 : 니는 이게 장난으로 보이나?
나 : 진짜가? 지금 했던 말 전부 거짓 하나 안 보태고 진짜 사실 맞나??
누 : 어.
나 : 근데 왜? 아니 이걸 어떻게 알았는데? 언제부터. 그보다 왜 말 안 했는데?
혼란스러웠음.
아버지야 꿈 때문에 가끔씩 전화 걸려오는 일도 있었고 해서 난 누나도 그것 뿐인 걸로 알고 있었음.
직접적으로 이런 얘기까지 들은 건 이 때가 처음이었음.
그제서야 예전에 누나가 나한테 했던 행동들도 그렇고 다 생각 나면서 납득이 가기 시작하는 거임.
단순한 히스테리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임.
누나랑 제일 가까이 지냈고 그래서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멀어진 느낌이었음.
이때부턴 잘 기억이 안 남.
그냥 횡설수설 묻기만 했고 누나는 질문에만 간단히 답을 해 줬었음.
누난 12살 그니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꿈도 그렇고 무언가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고 함.
지금도 전부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느낌만 올 때도 있고 어떨 땐 선명하게 보일 때도 있다 함.
이걸 본다라고 말 할 수도 없는데 설명할 길이 이것밖에 없는 듯.
누나가 뭔지 말해줘도 난 못 알아듣겠음.
무튼 우리가 눈으로 보는 거랑은 조금 다르다고 함.
대화가 다 끝나고 나서 할 말이 없는데도 난 멍하니 누나방에 주저앉아 있었음.
누나 이야기 자체가 좀 충격이었던 것 같음..
내가 알던 누나가 누나가 아닌 것 같은?
지금 생각해보면 별달리 그럴 것도 없는데, 이 날은 좀 생각을 정리하느라 멍했던 것 같음.
말이 다 끝났는데도 내가 안 나가니까 누나는 나가라고 나를 발로 찼음.
마지막까지 못되먹었음 우리 누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