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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마트에 갔다가
게시물ID : sewol_321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돌림
추천 : 20
조회수 : 651회
댓글수 : 36개
등록시간 : 2014/07/05 17:30:47
딸아이랑 마트에 갔어요. 쌀도 사고 고기도 사려구요.
장보다가 아이가 졸려하길래 카트기에 아이 앉혀 놓고 계산대로 갔어요.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두려는 순간, 화재경보기가 울리면서 방화문이 내려오더군요.

뭐지? 셔터오작동인가? 실제인가? 셔터오작동이겠지? 실제인가? 셔터오작동인가? 실제인가? 셔터오작동이겠지? 실제인가?
정말 그 짧은 순간에 그 생각이 수십번 반복 되더군요.
'오작동이겠죠?'라고 계산대 직원에게 눈빛으로 물었지만, 직원분도 어리둥절한 표정.
안내방송도 없이 방화문은 2/3넘게 내려오고 있고, 직원들은 뛰고 있고, 손님들은 당황하여 술렁이고.
'진짜 불인가? 진짠가?'
'저 방화셔터 닫히면 내 새끼가 위험할 지도 몰라.' 
계산이고 뭐고 카트기에 앉혀둔 아이만 안아 올려 1m남짓 남은 방화문 아래로 뛰어 나왔어요.

출입문 쪽으로 나오니, 우왕좌왕하는 손님들에게 직원분들이 '화재훈련'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손님들이 다 대피하기까지 10분남짓 걸렸나? 더 걸렸나? 

그 사이 아이는 내 품에 안겨 잠들었고, 훈련이 끝나고서야 3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고, 훈련이었는데도 운전해서 오는 동안 내내 심장도 두근거리고 왼쪽 손도 살짝씩 떨리더군요.
카시트에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며, 이게 훈련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실제가 아니어서 얼마나 고마운가. 
.

세월호가 생각났습니다.
기껏 훈련상황 정도로도 이렇게 심장이 떨리고 진정이 잘 안되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기와 함께 탄 부모들은 또 어땠을까.. 아이들을 구해야한다며 물 속으로 뛰어든 선생님들은 얼마나 큰 용기를 낸 것일까.. 남은 가족들은 하루하루 어떤 심정으로 버티고 있을까..

사고가 난 자체보다도 구하지 못 한 것에 더 화가 난다고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고도 나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었구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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