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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카 카메라가 있는 풍경
게시물ID : lovestory_83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월차원
추천 : 2
조회수 : 3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02 21:57:41
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우리 가족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셨다.
 
일년에 단 하루 설날에만 가게를 닫고 한번도 쉬는 날이 없는 고단한 삶이었지만 아마 그게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가 아닌가 싶다.
 
아버지는 야시카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를 쓰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날 명동의 카메라 가게에서 올림푸스 펜 카메라를 사주시면서 너는 새거 써라 하셨지만
 
아마도 그 카메라는 아버지의 일부가 아니었나 싶다.
 
가게에는 점원이 많았다.
 
언제나 5명 이상 점원이 있었던거 같다.
 
점원들은 대개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서 작은 급여에 일을 배우는 것으로 가게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점원 중 한명은 자기 누나와 같이 우리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 누나는 식모였다.
 
그 식모누나는 새벽에 점원들 밥을 다 차려주고 우리를 학교에 보냈다.
 
어느날...
 
아침에 그 식모누나가 목놓아 울고 아버지는 장롱 속을 이리저리 뒤지고 계셨다.
 
그 식모누나의 동생이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와 가게에서 수금한 돈을 가지고 달아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식모누나가 한푼 두푼 모아놓은 돈도 같이 가지고 달아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식모누나는 거리로 쫒겨나는걸 겁냈던거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 식모누나를 계속 집에서 일하게 했고
 
나중에 다른 가게의 나이 찬 점원과 결혼시켜서 분가시켰다.
 
시간이 한참 지나 그 누나를 다시 만났는데 잠실에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는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하자 길에서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달아난 동생은 소식이 없다가 몇년 후 행려병자가 되어 죽었다고 시립병원 영안실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는 야시카 카메라 대신 캐논 G3 레인지파인더를 사서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 안 계시지만 G3는 아직도 내 서재 한켠에 놓여있다.
 
아주 오래 전 얘기인것 같지만 1980년대 이야기이다.
 
우리는 얼마나 정신없이 여기까지 달려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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