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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animal_83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ndomer
추천 : 15
조회수 : 837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4/04/09 06:00:10


늦게까지 일하다가 새벽에 퇴근을 했습니다

날이 풀린 후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수원 전역에 안개가 앉은 모양입니다

수증기가 굵을수록 헬멧 창과 노면이 금방 습해져서 평소보다 위험한 날입니다

이런 이유로 길을 살피며 집에 오는길이었습니다

저 앞 코너만 돌면 곧 집에 도착합니다

코너를 돌기 위해 도로 가장 바깥쪽 차선으로 가고 있는데





순간 검은 덩어리가 인도쪽에서 튀어나오더라구요

너무 놀라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이미 앞바퀴 아래로 검은 물체가 빨려들어갔습니다

그 이미의 전 아주 찰나의 순간

순식간이라고 느낀 휙하는 시간에 검은 물체가 정지하며 움츠리면서 저를 보는 것 같았네요

그리고 고양이라는걸 알았고요.. (어니면 고양이였을거야 라고 생각한걸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속도를 줄이며 코너를 돌아 멍하니 핸들만 잡았네요







어떡하지.. 미안해.. 미안해.. 어떡해...

그러면서도

아니야 잘못했다간 내가 크게 다쳤을 수도 있어.. 급하게 핸들을 틀었으면 분명 미끄러져 넘어져서 내가 다쳤을거야..

고양이에겐 미안하지만 고양이가 잘못한거야.. 난 잘못 없어

그렇지만.. 그래도,. 하지만.. 아니 괜찮아...

이렇게 멍하니 서있다가

문득

지금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하곤 바로 왔돈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작은 바램으로나마 살아있길 바랬고 크게 다치지 않았길 바랬습니다

자리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크고 묵직한 고양이였어요,,

움츠렸던 순간의 이미지가 작게 느껴져서 새끼고양인줄 알았는데 엄청 컸어요,,,

두눈이 유리구슬처럼 동그렇게 커졌고 동공이 열린걸로 보아

마지막 순간에 깜짝 놀랐나봅니다.. 미안해...








어쩔줄 몰라 한참 코만 훌쩍이다가 정신 차리고

박스를 구해와서 박스에 옮겨 근처 밭으로 가져갔습니다

근처에 막대기를 가지고 땅을 파고 있는데

이른 새벽부터 폐지를 수거하시는 할아버님께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제가 하는 행동을 이상하게 보셨는지

가만 지켜보시더니

길 근처에 묻지말고 저 안쪽 나무 아래다 둬라 라고 하시더라구요

듣고보니 그게 좋은 것 같아 한참을 어둑한 밭으로 들어가 나무 아래

고스란히 두고

고개숙여 '고양이야 미안해' 소리내어 사과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시 길가로 나오고 할아버지와 대화 중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건강하십쇼 라는 인사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에 오는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양이야 미안해

고양이야 미안해








집에 울상을 하며 들어오니 새벽까지 안주무시던 어머니가 일을 물어 얘기하며

맥주한잔 하고 있네요..

어머니는 내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고양이에겐 미안하지만 큰 경험 했다 생각하고

고양이 목숨까지 안고 살으라 하셨습니다

살면서 죽이게 된 생물 중에 가장 큰 생물이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여서 더 마음이 불편합니다

핸드폰으로 이곳에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보곤 어머니가

그런 말 여기저기 하고 다니면 안된다라시기에

왜냐고 물으니

고양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하시더라구요,, 얘깃거리로 삼지말고 마음에 묻으라시네요..

고양이에게도 사과 하고 스스로에게도 사과 하지만

누구에게든 더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씁니다





이곳은 제가 누군지도 모를 곳이고

떠벌릴 생각으로 쓴 글이 아니기에 재 아는 사람들에겐 말하고 다니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저 계속 사과하고싶어 글을 씁니다

죄송합니다







고양이야 미안해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깨도 죄송합니다

고양이 위를 지난 후

코너를 돌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나 자신을 합리화 했던 나를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고양이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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