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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뻐꾸기
게시물ID : panic_837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5
조회수 : 389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0/11 06:54:33
*단편입니당
*퍼가지 말아주세용(불펌 고소 진행중이어요)
 
 
 
 
 
네 번의 유산을 겪고 나서 아내와 나는 더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맡았던 위탁아동들이 충분히 빈자리를 채워줬었다.
대개 몇 주면 우리집을 떠났는데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거나 본래 가정으로 되돌아갔다.
몇 달이나 혹은 일 년 정도, 드문 경우지만 그 이상 머무른 아이가 있긴 했다.
올리. 그 모든 일을 우리와 함께 겪었다.
 
5년 전 한 여자가 우리집에 한 남자아이를 데려왔었다.
아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무기한으로 우리에게 위탁을 해왔다.
당시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한지 5개월 째였는데 올리는 부풀어 오르는 배에 무척이나 관심을 보였다.
아기의 발차기를 느껴보고 싶냐고 물으면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를 쳐다봤다.
그 때는 우리 셋의 사이가 참 좋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
 
얼마 전 유산을 한 아내가 병원에서 몸을 추스르는 와중에도 아이를 돌봐야 했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올리는 차분한 표정으로 계단에 앉아있었다.
 
"아기는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단다.."
"언젠가는.."
 
올리는 내 팔을 토닥여주며 조용히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아니.. 그게 우리는 할 만큼.. 다시는 아기를 갖지 않으려고 해..
너도 있고 다른 친구들도 있었잖니.. 우리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원체 올리가 조용한 편이긴 했는데 나를 그 정도로 싸늘하게 쳐다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절대로요?"
"응, 절대 안 해."
 
나는 약간 당황한 상태로 대답을 했다.
올리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다음 날 아침 올리가 사라져있었다.
위탁업체에 전화해서 올리가 없어졌다고 알렸는데
그런 아이가 우리집에 배정됐다는 기록이 없다는 대답만 받았다.
말도 안 돼.
담당자였던 둥지씨를 바꿔달라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줄테니.
 
"그런 성함을 쓰시는 분은 여기 없습니다."
 
약간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내가 술에 취했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경찰 측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데리고 있지도 않았던 아이를 잃어버릴 수가 있지?
 
---
 
요 며칠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5년 동안 올리를 키웠다.
왜 떠났을까?
계단에서 나눴던 짧은 대화를 돌이켜 곱씹어봤다.
'절대로요?'라고 물었었지..
왜 우리에게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고 했을까?
아내가 임신했을 때 무척이나 관심을 보였던 올리.
언제나 아내 곁에서 다정하고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던 올리.
편식도 심하고 거의 먹지도 않았지만 언제나 건강했던 올리.
나도 잊고 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기가 유산되기 전날 올리는 아내의 배 위에 손을 쫙 펼쳐 올려두고는 나와 눈을 마주쳤었다.
아내의 붉은 혈색이 피부를 타고서 올리의 두 뺨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올리의 눈이 그 날따라 어두웠는데.. 조명 탓이었나?
잠깐이나마 나에게 짓는 미소 사이로 치아가 유난히 가득 드러났었다.
 
5년. 유산 4번.
그리고 우리 곁에는 올리가 있었다.
 
 
출처 Cuckoo
https://redd.it/3m4i4f by acin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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