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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손
게시물ID : panic_696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5
조회수 : 14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7/04 11:29:14
하얀 손

언제였더라...아마 1학년 2학기 개강총회였던 것 같다.

그날 나는 술에 잔뜩 취해서 막차를 간신히 잡아타고 운좋게 난 자리에 앉아서 잠을 잘 수 있었다.  

내가 가야하는 집은 종점역으로 나는 자리에 앉으면 걱정없이 푹 잠을 잘 수 있었고 또 술이 잔뜩 들어간 상태라서 거의 자리에 앉자마자 그대로 뻗어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기분이 있지 않은가? 

분명 잠이 든 상태인데 또 꿈을 꾸고 있는데 밖의 소리가 들리는 그런 상태말이다. 

나는 그런 상태로 주욱 앉아서 잠을자고 있었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사람들이 내리거나 타는 것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역중에 하나인 사당역에서 사람이 많이 타는것을 느꼈고 내 앞에 누군가가 섰다는 것을 느꼈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아마도 여자인듯 싶었는데 열차가 정차하거나 출발할 때 가끔 또각 소리가 나는 것이 아마도 하이힐을 신은 듯 싶었다.  

나는 하이힐 소리에 잠든 와중에도 앞에 서있는 여자의 얼굴이나 몸매가 궁금해서 눈을 떠 확인하려 했는데 너무 술에 취해서인지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이 떠지지 않아서 그냥 계속 눈을 감은채로 자는듯 깬 듯 한 상태를 지속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내리고 자리가 날 것도 같은데 내 앞의 인기척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내 옆자리가 비게 되었을 때에도 나는 앞의 여자가 계속 내 앞에 서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열차는 점점 집쪽을 향해서 가까워지고 있었고 평소라면 지하철 내의 좌석이 매우 널널할 수준인 안산역에 도착했을 때에도 나는 내 앞에서 사람의 기척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지하철이 종착역인 오이도역에 도착했을 때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되었고 나는 이제 내리기 위해서 눈을 떠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아니 눈만이 아니라 모든 신체 부위를 통제할 수 없었다. 

가위에 눌려있었던 것이었던가?  

아무튼 나는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계속 앉아서 눈을 감은 채 상황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정말 무서웠던 이유는 지하철의 모든 사람들이 다 내리도록 내 앞에 서있는 여자로 추측되는 사람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 느낄 수 있었다.  

열차 안에는 나와 내 앞에 서있는 사람 단 둘뿐이라는 것을  

문득 나는 이 앞의 사람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을 느꼈다. 

맙소사...  이제 곧 차고지로 들어갈 열차인데 이 사람은 내 옆에 앉았다. 

그것도 딱 밀착해서 말이다.  

아마도 내 옆얼굴에 그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듯 더운 숨결이 뺨에 닿았다.  

나는 미친듯이 뛰는 심장박동에 가슴이 아파왔으나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더욱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문득 허벅지에서 차가운 느낌이 느껴졌다.  

그건 손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과연 사람의 손이 이렇게까지 차가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차가웠다.  

그 손은 내 허벅지를 더듬대다가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이 몸을 타고 오르면서 내 몸은 그 냉기에 그 손이 지나간 자리가 꽁꽁 얼어붙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그 손이 내 가슴께에 다가왔을 때 다른 한 쪽 손이 마저 내 가슴에 닿았다.  

심장이 얼어붙어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쯤 나는 간신히 눈을 뜰 수 있었고 내 가슴을 내려보았는데...  

내 가슴에는 새하얀 페인트를 칠해 놓은듯한 손이 있었다.  

그 하얀손과는 대비되는 빨간색의 매니큐어가 아주 섬뜩하게 느껴졌다. 

내가 슬쩍 몸을 움직였을 때였다.  

그 하얀 손이 재빠르게 다가와 내 목을 졸랐다.  

나는 숨이 턱 막히자 몸부림치며 반항했고 그 손을 뿌리쳐 떨처내고는 재빨리 열차에서 내렸다.  

다행이 나를 쫒아오는 움직임은 없었고 나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지하철의 기관사 복장을 입고있는 30대 쯤 되어보이는 여자였다.  

기관사 복장의 여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괜찮습니다 술이 좀 취해서 그래요"  

나는 괜찮다고 말했으나 기관사는 내 옆에 다가와 슬쩍 나를 부축해 주었다.  

감사한 마음에 옆에 선 기관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감사하다고 말하려던 순간 그녀의 손이 내 눈에 확대되어 들어왔다.  

새하얀 손에 붉은 매니큐어가 대조적인 색채를 뽐내고 있었다.  

나를 부축해 주던 기관사의 왼쪽 손이 내 어께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어깨가 얼음에 닿은듯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기관사의 얼굴에는 기묘한 미소가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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