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보다가 소름끼쳐서 퍼옴

 

 

 

 

 

 

 

안녕하세요.

어디다 말하기조차 복잡하고 조금은 남사스러운 문제라

딱히 풀데가 없어서 여기서 넋두리라도 하고자 글을 씁니다.

글,말재주가 별로없어서 어떻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여러가지 일들을 여기다

생각나는대로 털어놓을게요.

 

우리가족을 설명하자면 남편과 저 그리고 6살된 딸이 있습니다.

남보기엔 그냥 평범한 젊은부부와 눈에 넣어도 안아플 토끼같은 딸이죠.

 

그런데 우리가족에게는 남들한테 속편이 털어놓을수도없는 문제가있습니다.

차라리 톡의 흔한 소재같은 남편이나 시댁과의 불화 그런거라면 이런곳에 글도 종종쓰며 조언도

얻을수있겠죠. 친구들이랑 수다거리삼으며 스트레스를 풀어버릴수도있구요..

 

하지만 제목 그대로 딸아이와의 문제때문에 저는 너무 불행하고 지쳤습니다. 사는게 괴로울정도로요.

역시 딸아이가 급선무 되어야하기때문에 이런 제 괴로움은 그냥 묻혀져버려야겠죠.

딸아이가 점차 나아진다음 그 훗날에야 비로소 제 문제를  털어놓을수가있겠죠.

 

문제를 말해볼게요.

딸아이는 아빠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게 거의집착에 가까울정도로 좋아하고 따릅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어린아이들에게 간간히 나타나는 컴플렉스의 일종으로 보일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문제가 점점 더 너무 심해지고 이젠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할지 모를정도로 일이

복잡해져 버렸어요.

 

딸아이가 처음 이런행동이 나타나는것은 세살때부터였어요.

정말 경기에 가깝게 무슨수를  써도 울던 딸애가 아빠가 오기만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딱 그치고

생글생글 웃기까지했죠. 여기까지는 그냥 아이가 아빠를 더 좋아하나보다, 엄마가 애정을 더줘야겠다

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할수있죠. 저역시 그렇게 넘겼어요.

 

아이아빠가 퇴근후부터는 무릎를 잡고 따라다닙니다. 아빠가 샤워하려고하면 욕실에 들어가서

자기도 하겠다고 보채구요. 한시도 떨어지지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방이 따로있지만 작년말까지는 세명이서 같이 잤어요.

 

아빠와있는순간부터 한시도 아빠와 떨어져있는걸 경계하고 싫어합니다.

아빠에겐 애교도 부리고 티비에서 본 춤도 따라추고 아빠온다고하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원피스로

갈아입으려고합니다. 심지어 셋이 차를 타고 나갈일이있으면 본인이 남편옆 앞자리에 앉겠다고

땡깡을 써요. 당연히 위험하니까 안돼죠. 결국은 제가 운전하고 남편하고 아이가 뒷자리에 앉아가게

한적도 있어요..

 

이런식으로  부부관계가 모두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갔죠.

부부끼리 할수있는 대화도 아이앞에서는 피하게되고 남편과의 관계가 아예 단절되어 버렸어요.

저는 가정이 유지되려면 아이에게 구십프로의 관심을 쏟는다고 하더라도 

10%로의 부부로서의 삶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년째 이런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아이의 과한 아빠에대한 애정으로 저는 가끔 제 자존감에 대한 의문감마저 듭니다.

 

저는 굉장히 우울해요. 여성으로서 삶은 커녕 그냥 나란존재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져버렸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그 행복이 자식을 잘 끌어줄수있다고하는데..

요즘같은 기분으로는 정말 그냥 내가 확 없어져버려야 딸애가 정상으로 돌아올수있고 행복해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냥 모든걸 다 내려놓고 확 떠나고싶다는 충동이 들어요

아이엄마로서 도저히 할수없는 무책임한 생각들이죠.

 

그런데 저는 저를 이해해주고 격려해줄사람이필요해요.

저는 원체 그냥 긍정적인사람이었어요.

산후우울증도없었고 임신했을때도 그저 즐거웠어요 십개월후에 만날 딸아이에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아이가 태어나면 뭘하고 보낼지에 대한 계획짜는 그런게 좋았어요. 석사준비중 가진 아이였지만,

그냥 그때는 뭔가 엄마가된다는 그런 설레임에 다른것을 재고 그러고싶진않았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사이에서 다른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그런것이 너무 아름답고 좋았거든요.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몇년째 딸아이와 이런 싸움을 하고있으니

성인으로서 엄마로서 자비롭게 받아줘야 하는 저이지만 저도 너무 지치고 힘이 드네요.

가끔은 엄마도 인간이야. 신이아니야,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말하길 홧병에 걸렸다고 하네요.

 

아이를 두신 부모님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부모의 애정도 필요하지만, 부모역시 아이의 애정이 필요하다구요.

내가 내 뱃속으로 키우고 세상에 내보낸 자식이 나를 '혐오' 한다는 기분을 가지고 매일매일

사실수 있으시겠어요?

 

먼저 네살때부터 딸아이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몸싸움을 시작하게됐습니다.

아이의 '아빠집착' 증세가 팔개월쯤 나타나고 나서부터야, 처음에는 내가 잘하면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넘겼던게 심각해져버린것같습니다. 몇년째 하루하루가 지옥같으니까요.

상담소같은데 조언도구하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모두 아이가 엄마와의 애정관계가 형성이 

미숙한것을 아빠한테 돌리는것이다-  라는 전적으로 제 노력을 요하는 그런 조언들이었어요.

그때부터 학원에나가던것을 그만두고 (저는 아이가 네살되고서부터 일주일에 세번 피아노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매진하기로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일주일에 세번은 아이와 나들이를한다, 같이 목욕을하거나 요리,인형놀이를하는 같은 성으로서의

엄마와 딸간의 공감대를키운다... 이런것들이요. 하지만 처음에는 별말이없이 따르다가도 힘들어,

하기싫어식으로 인형을 집어던진다거나 아빠한테 전화연결시켜달라고 투정을 부리다가 결국

화를못이겨 제 머리카락을 잡는다거나, 울다가 방에들어가 혼자 그림을 그리다 잠들었죠.

같이 방에들어가려고하면 저를 못들어가게 막고 제가 들어간다고하면 주저앉아서 들어오지마 들어오지마 하면서 경기를 일으키며 웁니다. 그러다 아빠가 퇴근하면 방에서나와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저녁을먹고 같이 티비를 보구요.

 

딸애가 왜 저를 저렇게까지 미워하는지는 알수가없습니다.

피아노를 가르치며 딸보다 조금위또래의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데,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따르는게 

어찌나 이뻐보이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우리딸도 나한테 저것의 반만이라도 애정을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적이 있어요.

 

처음 딸애가 저한테 관심을 보인건 같이 요리를 하고나서부터였죠. 딸이 저와함께 저녁식사준비하는것을 들떠하는것같아서 드디어 딸애가 저한테 조금이나마 마음의 문을 여는건가 싶었어요.

 

딸이 많이 어리다보니 뭘 시키고 이럴수있는게 아니기때문에 옆에 앉혀두고

'oo야~ 이건 시금치야. 엄마는 이걸로 국을 끓일거야' 이런식으로 말을 시키는식이었죠.

그러다가 딸아이가 처음 저한테 뭘 해달라고 한말 '토끼모양으로 당근 잘라줘' 이말을 듣고 너무너무

행복해서 열개 넘개 토끼모양 당근을 썰어줬죠.

 

그리고 아이아빠가 오고서 저녁을먹을때.. 아빠에게 당근을 건내며, 토끼모양 당근은 아빠거야

하면서 너무나 행복해 하더라구요.

늘 이런식입니다. 제가 뭘 해주고 같이 하려고해도 아빠라는 끈을 여전히 쥐고있고 그것에 끊임없이

집착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한번 '아빠는 지금 바빠서 전화하면 안돼' 할때마다 본인은 내가 아빠와 본인의 거리를

차단하고 느끼는지 왜 방해해? 라고 소리를 지르며 저를 공격하기때문에

아이한테 할퀸상처에 문에 찧여서 손톱이 빠지고 제 몸과함께 마음도 너무 지쳤습니다.

 

함께 공원이나 남산같은곳으로 나들이를 가도, 아빠한테 늘 통화연결을 시켜달라고 보채서 아빠 나는

지금 남산이야 이런식으로 하루에도 열번은 넘게 통화를 하죠.

 

그러다가 결국 다시한번 다른방법을 찾아보자해서 다시한번 다른분께 상담을 받았는데

그분이 하는말은 엄마의 영역을 엄격히 구분지으라고 하더라구요.

'oo 야~ 아빠 마사지는 아빠가 스스로 하거나 엄마가 해주는거야.' 'oo야~ 저녁밥은 엄마가 하는거야.'

하는 식으로요.

 

그때부터 아이와 떨어뜨려서 잠을 재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전화통화 지금은 안돼. 아빠가 바쁘니까

평소처럼 제 화장품에 손을대려고하면,  이거는 엄마가 바르는거야. oo는 이런거 어린애니까 바르면

안돼. 이렇게 조금은 모질게까지 굴려고 했구요. 그럴때마다 아이를 울리는 제 마음도 편하진 않죠..

 

그러다가 유치원에서 전화가왔어요.

유치원에 들어가고나서부터는 담당선생님에게 아이가 다른아이에 비해 많이 조숙하다는 상담전화를

받은적이있어요. 물감으로 얼굴에 화장을 한다던가 그러한 행동들이요. oo는 화장이 뭔지 어떻게 알았어? 하면 티비를 통해서 여자연예인들 얼굴에 칠해져있는 알록달록한 색들이 이뻐보였다고

했다더라구요. 거기까지는 그냥 다른여자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날수있는 행동들이긴한데,

'엄마보다 이쁘고싶어'  이런말을 종종한다고 선생님이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왜? 왜 엄마보다 이쁘고싶어?' 하면 '아빠가 좋아서' 라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섯살아이가 '누가 좋기때문에 그 사람곁에있는 누구보다 잘나야 한다' 이런 인식자체가 굉장히

조숙한 생각이기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더라구요.

 

너무 부끄럽고 슬펐습니다. 아이에게 그런존재로 인식된다는것 자체가 내 딸이 그런생각을 가지고있는게 불쌍했고 내가 그런생각을 심어줄만하게 아이를 키웠나 제 자신을 책망하게도 되구요.

 

그 이후로 유치원에 연결해준 아동보호센터같은 곳에서 상담요청전화를 받았구요..

아빠와의 어떤관계가 형성됐는지 왜 아빠와 함께 잠을 같이 자고싶어하는지

조금 낯뜨거운 질문까지 받으며 조사에 가까운 상담을 받았던적이 있어요.

 

거기서 말하길 아이가 엄마에대한 감정이 '혐오' 수준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그린그림을 보면 늘 저는 얼룩덜룩색칠혀져있고 파란색옷을입고있어요.

딸아이나 남편은 노란색이나 분홍색을 입고있구요.

 

여기까지 오니 남편에 대해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것같은데

남편은 좋은사람입니다. 아이아빠가 같이 노력해주는게 그나마 제가아직까진 지탱할수있는

이유일지도 몰라요. 보통남자들같이 무뚝뚝하고 무신경한면이있긴하지만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처음에는 아이가 아빠를 너무좋아하는것같다라는 제 말에 별로 대수롭지않게

여겼다가 점차 제몸에 멍과 할퀸 상처들을 보며 저와 함께 상담소도 같이 가고 딸이 아빠한테 과일을

주려고하면 '엄마줘 엄마도 과일좋아해' 이런식으로 많이 노력하려고 하구요. 엄마왜때리냐며 한번은

좀 엄하게 화를 내서 딸아이가 눈물을 흘린적이있는데, 그때 이후로 딸 아이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거의 증오에 가깝게 변하더라구요.

 

 

그러다가 어제 가족들끼리 나가서 시간을 보내고 부페에 갔습니다. 남편은 주차공간이 꽉차서 다른곳을

찾아본다고 먼저 딸아이와 저를 내려줘서 먼저 들어가서 딸아이가 고르는 음식 떠주고 저도 음식을

담고 앉았는데 딸아이가 자기 그릇에서 초밥을 저에게 내밀더라구요.

순간 정말 눈물이 날정도로 기뻐서, 엄마입에 넣어주면 더 맛있을텐데~ 딸아이한테 이런 애교까지

떨어가며 음식을 받아먹었는데...

순간 목이 싸한게... 정말 과장없이 기절할정도로 머리가 띵하고 울리더라구요.

코피가 날때 그런느낌있죠  머리가 울리고 코가 찢어질것같은거... 딸아이가 앞에서 생글생글거리며

'속았다~ 바보' 하면서 웃더라구요.

 

순간 눈에 보이는것없이 바로 화장실로 뛰쳐나갔습니다.

음식을 뱉으니 엄지손가락반만한 와사비가 있더라구요.

제가 딸아이 음식을 담을때 초록색 소스는 조심해야해 매우니까라고 말했거든요.

순간.. 뭔가 오한이 서릴정도로 뭔가 머리가 띵하더라구요. 그 어린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기위해

그런행위를 한다는것자체가 제 딸아이인것을 떠나서 섬짓하더라구요.

내가 뭘 그렇게 딸한테 미움살만한짓을했나.. 순간 눈물이났어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화를내야할지 설명을해야할지..

일단 진정을하고 부페에 들어갔는데, 아빠가 딸아이와 함께 음식을 먹고있더라구요.

남편이 '아이 혼자두고 화장실가면 어떡하냐' 화를내는데.. 

그래도 아이를위해서라도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면 안됄것같아서, 부페에서 자리를 지키고있다가

 

집에가서 다들 잠들었을때 화장실서 펑펑울고 오늘 아침 남편한테 며칠만 친정에있겠다고

문자하고 유치원가기전 아이한테 엄마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설명하고

시어머니한테 아이를 부탁하고 떠났습니다.

그러면 안되는거죠. 정말로 무책임한거니까.  그냥 생각하는게.. 내가 미치면 아이한테 해간다.

일단 나부터 진정하자... 진정하려면 아이로부터 떨어져있어야한다 이런식으로 합리화시켰던것같아요.

 

시어머니는 좋으신분이라 제가 육아를위해 대학원그만두고, 그나마 피아노칠수있는곳이었던 학원까지

그만둔거를 되게 미안해하시고 잘해주시거든요. 그래서 선뜻 맡아주신다고했는데.

 

친정에 오긴왔는데 아이가 걱정되서 친정어머니께 전화했더니 죽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이아빠한테 아침에만 스무번이 넘게 전화통화시켜달라고 보채고, 전화안하면 유치원안가겠다고하고..

제가 있으나 없으나 아빠에 대한 집착은 똑같더라구요.

 

내일은 집에 들어가려고합니다. 내일은 남편과 딸애 단둘이 상담을 잡았대요.

둘이 나가있을때 집에 들어가려고하는데 평소와 같이 행동해야하는데...

정말 지금은 뭔가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어떻게해야할지 방향이 안잡혀요.

너무 힘들고..엄마이기전에 한인간으로서 누군가한테 이정도로 미움을 받는게 너무 힘듭니다.

그것이 딸이기때문에 내가 할수있는거라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길이기때문에.. 너무 지칩니다.

오늘은 심리상담도 받았는데... 의사는 이론적으로 아이가 저에대한 애정유착이 부족해서 그렇다.

네가 노력해야한다.. 이렇게만 말하네요.. 네 저게 절대적으로 맞는이론이겠죠... 그런데

저도 이제 너무 힘이듭니다.. 몇년을 이런 고통속에서 살고있으니 저도 드디어 이상해져가는것같고...

그래서 무섭고 외롭습니다. 의사가 말하길 아이가 누군가에게 잘보이기위해 필요이상으로 노력하고

'그 누군가' 를 차지하고있는듯한 다른이를 경멸에 가까울정도로 모욕을 주는게.. 조심스럽게

사이코패스테스트를 권하더라구요. 순간 그말을 듣는데 화가났습니다. 우리아이 멀쩡하다고

무슨그런소리 하냐고 역정을 내고 오는데... 그래도 제안에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있다는것에

스스록 안도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만약에 제 양육의 방식에 유난스러운 문제가

없다면 아이스스로가 선천적으로 가질수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보는게 되는게

많이 혼란스럽고..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