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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37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5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6 16:28:20
사진 출처 : http://w13in.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iibf_tZJb9s




1.jpg

이성선미시령 노을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 않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2.jpg

박두규그대에게

 

 

 

새가 날고 꽃은 피어납니다

중요한 건 그것뿐입니다

그대가

한동안 비껴 서있던 것들과 함께

절대로 정면에 있으므로







3.jpg

이원규다래술을 담그며

 

 

 

매실주에 취했다가

깨어보니

미점마을의 봄이었다

 

앵두술을 담그며

그리운 친구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넣고

매암차박물관의 비파를 따다가

비파술을 담글 때도 그러하였다

 

친구들 까맣게 잊은 날도

선반 위의 술들은 묵묵히 익어가고

 

앵두와 친구의 이름

매실과 또 다른 친구의 이름

비파와 또 다른 친구의 친구의 이름

저희들끼리 어깨동무하고

에헤라소주와 몸을 섞는 동안

 

늦가을

빗점골의 다래를 따다가

술을 담는다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다래술은 익어 가리니

먼 곳의 친구를 생각하며

그 이름을 쓰고 또 지우며







4.jpg

장석남새로 생긴 저녁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5.jpg

정채봉첫마음

 

 

 

1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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