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게님들 안녕하세요!
군게에 글은 처음 써보네요 가끔씩 여성징병에 대한 글을 통해 많은 분들(특히 남성분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서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게시판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비판적이면서 자정적인 분위기가 참 좋네요.
저는 20대 중반의 청년 여성이고 사회생활 한지는 3년째 접어듭니다.
여성징병에 관해 소위 말하는 그분들(?)이 아닌 그냥 평범한 여성의 생각은 이렇다 하고 말씀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01. 여자와 남자는 평등할 수 없다
먼저 여러분들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성징병에 찬성하는 입장임을 우선적으로 밝힙니다.
그렇지만 징병 찬반에 앞서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신체적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계 전공자인 입장에서 정말 희귀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신체적 우월성(힘의 관점에서)은 여자가 남자를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건장한 20대 여성이라도 60대 남성의 순간적인 힘을 감당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많은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둘은 근골격 구조부터 시작해서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등 체력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확실한 차이가 있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수태할 수 있는가' 즉 출산의 기능을 여성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사실 남성과 여성은 궁극적으로 평등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신체가 다르고, 번식을 위해 갖추어진 구조도 다른데 어떻게 평등할 수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이러한 외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성 역할'이고, 이 수천년의 역사에 비하면
이러한 성역할을 넘어서서 서로가 '양성평등'을 주장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나도 (입대, 출산)하니까 너도 (입대, 출산)해야 한다' 하는 말은 상호간 자제해야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징병 문제에서 흔히 거론되는 군대VS출산 문제가 참 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02. 군대는 군대고, 출산은 출산이다
군대는 군대고, 출산은 출산입니다.
도대체 어느 누가 군대라는 창에 대한 방패로 출산을 꺼내기 시작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여성징병에 대한 방패가 출산이 되어야 하나요?
여성징병에 대해서 귀를 막고 '우리는 애 낳잖아, 너네들도 낳던가!' 하는 게 저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부끄럽고요.
건설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 문제는 다른 협상테이블에서 여성의 출산에 남성이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달라 등의 요구를 해야죠.
막말로 남녀가 싸울때 '자기야 너는 왜그래?' 하면 '내 입장은 ~해서 그래' 안하고 '그러는 니는 왜그러는데?'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는 않고 딴소리로 응수하니 여성징병 외치는 남자들은 기가 찰 수밖에요.
남성이 군대 가는 것에 대해서 여자는 왜 군대를 갈 수 없는지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 아마 없을겁니다.
왜냐고요? 솔직히 말해서 갈 수 없는 이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가기는 싫고. 그러니까 '쟤네들은 하고 싶어도 절대 할 수 없는' 문제로 엮어버리는 겁니다.
03. 군대는 필수불가결이다
그러면 너(글쓴이)는 군대 가고 싶냐고요?
당연히 가기 싫습니다. 힘드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지금까지는 당연히 안 가는 거였는데, 갑자기 가라니까 더 싫으네요.
헌데 우리(여성)가 신체적으로 약해서, 혹은 출산할 수 있다고 해서 징병의 의무를 면제받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적어도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그렇습니다.
군대라는 곳이 우리나라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왜 멀쩡한 청년들 끌려다가 가두고 있을까요?
수도에서 부산까지 반도 되지 않는 거리에 북한의 수도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틈에 끼어서 미국 눈치까지 봐야 하는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단군왕검의 기막힌 자리선정으로 나의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남동생, 남자친구, 동방신기부터 김수현까지 모두가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근데 이렇게 내 주변 남자들 다 끌려가는데 군대에 사람이 부족하답니다.
집 안에도 가족을 지켜줄 가장이 필요하듯이, 나라에도 나라를 지켜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합니다. 그래서 남성들끼리 나라를 지키는데, 어찌어찌 군대가 돌아가긴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껏 남성들이 나라를 지켜주었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제 남성이 점점 적어집니다.
나도 약한데, 저기 끌려가는 남정네는 나보다 더 아파보이고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면 어떡하나요? 내가 가야죠. 남자들만 사는 나라 아니잖아요.
우리가 안전한 출산, 곧 건강한 아이를 가지고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군대는 필수불가결입니다.
정말 남성과 여성이 같은 대우를 받길 바란다면, 의무도 공정하게 지어야지요. 당신이 안전한 출산을 바란다면 안전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야죠.
특히 어디 사이트 그분들, 꼭 가셔야죠. 자존심 상하게 한남들이 어디 함부로 나라를 지켜! 이런 생각 안드시나요?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이래야 하는 거라고 봅니다 저는. 쓸데없는 데 자존심 쓰지 마시고요.
04. 여성징병에 고려되야 할 문제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저는 주관적인 여러 이유로 여성징병에 찬성합니다만,
맨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구조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징병 시에는 이러한 신체적 구조를 감안하여 보급병, 의무병, 청소병 등 전투병보다는 관리직으로 투입하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게 되면 차차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취사병이나 의무병은 전업주부인 여성들이 평소에도 알아두면 실용적인 업무들을 숙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군대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섣불리 판단하거나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전투병과를 제외하자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출산과 육아 때문입니다.
앞서 군대와 출산은 다른 문제다 말씀드리긴 했지만 여성의 전투병과 편성은 깊게 고려해볼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출산이 대수냐', '여자는 출산이 의무는 아니지 않느냐',
혹은 '요새 여자들 웬만한 남자보다 힘 쎄다' 같은 의견을 접하게 되는데요,
여자가 잉태할 수 있는 몸을 가진다는 것은 출산 여하를 막론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보호받아야 함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어찌 되었건 어머니의 뱃속에서 보호받으며 태어나는 존재이니까요.
여성병사의 전역 후 건강한 태교와 육아를 위해서라도 가급적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지속되는 문제이니만큼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기보다는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5. 현재의 남성징병제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끝으로 이 글이 많은 여성분들에게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남성징병제는 절대 당연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수많은 청년들의 보호 아래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것처럼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남동생, 연인... 많은 남성들이 오늘도 우리 나라의 수호를 위해 힘쓰고 있어요.
지금 여성징병이라는 이름으로 의견을 대치하고 있지만 사실 이 땅은 성별을 막론하고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터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징병은 남성들의 근거 없는 요구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며 맞닥뜨려야 할 현실입니다.
'나도 군대에서 이만큼 고생하니까 너도 고생해봐!' 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힘든데 도저히 이제 우리끼린 안되겠다' 하는거에요.
우리가 함께 사는 집을 항상 지켜줬는데, 이제 함께 지키자고 하는 거에요.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 집을 지켜온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 남동생, 연인에게 우리는 무어라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성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극히 일부 여성들의 논리를 전체로 받아들이지 말아주세요.
전 우리나라 청년 여성의 한사람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지고 계시는 여러분께 감사하답니다.
저 말고도 많은 우리나라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들이 너무 고마워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여성들도 혐오하는 그분들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서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이해하며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한 여성으로서 제 생각을 가감없이 써보았습니다.
군대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이것저것 적다보니 글에 구멍도 많이 보이는데...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세요.
또 이 긴 논란 속에서도, 오늘의 우리의 조용한 일상을 보호해주는 군 장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