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오늘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36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19 18:40:47
사진 출처 : https://geeeeky.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BMEYs2lXw4




1.jpg

문도채우리 두 사람

 

 

 

무던히 오래 같이 살아왔으면서도

당신의 어디가 좋은지 몰랐는데

첫째에게 하나 둘을 가르치고

둘째 셋째

여섯 아이 말고 손주까지 길러 오면서도

할 말이 없었는데

회갑잔치를 맞을

덩실한 집 큰방에 남은 우리 두 사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여보가까이 가까이 좀 와요

흰머리를 뽑는다







2.jpg

박두규산문(山門)

 

 

 

세상 보따리 싸들고

산문을 나오는데

이적지 말 한 마디 걸어오지 않던

물소리 하나 따라나온다

문득 그대가 그립고

세월이 이처럼 흐를 것이다

 

뒤늦게 번져오는 산벚꽃이여

온 산을 밝히려 애쓰지 마오

끝내 못한 말 한 마디

계절의 접경(接境)을 넘어

이미 녹음처럼 짙어진 것을







3.jpg

김진경코스모스

 

 

 

코스모스 속엔

유랑곡마단의 천막과

나팔 소리가 있다

 

코스모스 속엔

까맣게 높은 천장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는

곡마단의 소녀가 있다

 

코스모스 속엔

하얀 꽃송이

팽그르르 맴을 돌며 떨어지는

물맑은 우물이 있다

검은 물빛을 보며

나도 나팔소리와 깃발 따라가는

떠돌이이고 싶었다

코스모스 속엔

하얗게 소름 마르는 길이 있다







4.jpg

최두석미소

 

 

 

쓸쓸한 이에게는

밝고 따스하게

울적한 이에게는

맑고 평온하게 웃는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며

새삼 생각한다

속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그냥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애를 걸고

암벽을 쪼아

미소를 새긴

백제 석공의

지극한 정성과 공력을 보며

되짚어 생각한다

속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생애를 두고 가꾸어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미소가

세상을 구하리라 믿은

천사백 년 전 웃음의 신도여

그대의 신앙이

내 마음의 진창에

연꽃 한 송이 피우누나







5.jpg

김기홍오늘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포클레인 향타기 망치소리가 서서히 목청을 낮춥니다

얼굴엔 소금이 하얗게 익었습니다

비탈길 경운기 바퀴자국 같은 길이

해보다 일찍 기운 어깨에 선명합니다

타워크레인 너머 붉은 구름 토해놓고 해가 지고

옷에 묻은 한톨의 밥알에서 무한한 땀과 눈물을 보듯

잠시 고개숙여 당신을 생각합니다

 

님이여

오늘도 하루를 살았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