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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무 늦은 이 답장
게시물ID : lovestory_836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18 18:37:58

사진 출처 : http://uni-corns-and-such.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IwfNEfer3SE





1.jpg

이근배노을

 

 

 

어디 계셔요

인공 때 집 떠나신 후

열한살 어린 제게

편지 한 장 주시고는

소식 끊긴 아버지

 

오랜 가뭄 끝에

붉은 강철 빠져나가는

서녘 하늘은

콩깍지동에 숨겨놓은

아버지의 깃발이어요

 

보내라시던 옷과 구두

챙겨드리지 못하고

왈칵 뒤바뀐 세상에서

오늘토록 저녁해만 바라고 서 있어요

 

너무 늦은 이 답장

하늘 끝에다 쓰면

아버지

받아 보시나요







2.jpg

나해철등을 껴안을 때

 

 

 

고등어를 굽고 있는 당신의 등을

견딜 수 없어 달려가

껴안을 때

훗날 당신이 없을 때라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될

정신의 합일을 경험하는 거야

살과 뼈가 스며들어 하나가 되는

불가능을 실현하고 있는 거야

내 정신이 당신과 하나가 되었는지

내 육체가 당신과 하나가 되었는지

내 정신을 바람으로

내 육체를 불로 만드는 거야

살과 뼈를 기고 태워서

바람과 불이 되어 당신과 섞이어

하나가 되고자 하는 거야

하나가 되고자 내 생을

당신 속에 집어넣고 또 집어고

봉인을 하는 거야







3.jpg

이산하쇠똥구리

 

 

 

소똥을

탁구공만하게

똘똘 뭉쳐

뒷발로 굴리며 간다

처음 보니 귀엽고

다시 보니

장엄하다

 

꼴을 뜯던 소가

무심히 보고 있다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4.jpg

주용일어깨의 쓸모

 

 

 

어스름녘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어깨에 얹혀오는

옆 사람의 혼곤한 머리

나는 슬그머니 어깨를 내어준다

항상 허세만 부리던 내 어깨가

오랜만에 제대로 쓰였다

그래우리가 세상을 함께 산다는 건

서로가 서로의 어깨에

피로한 머리를 기댄다는 것 아니겠느냐

서로의 따뜻한 위로가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







5.jpg

김용택시를 쓰다가

 

 

 

시를 쓰다가

연필을 놓으면

물소리가 찾아오고

불을 끄면

새벽 달빛이 찾아온다

내가 떠나면

꽃잎을 입에 문 새가

저 산을 넘어와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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