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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3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16 18:42:43
사진 출처 : https://syntacked.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_uISM8rA8cc




1.jpg

진은영첫사랑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 갔다







2.jpg

손택수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모래밭 위에 무수한 화살표들

앞으로 걸어간 것 같은데

끝없이 뒤쪽을 향하여 있다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앞으로

앞으로 드센 바람 속을

뒷걸음질치며 나아가는 힘

 

저 힘으로 새들은 날개를 펴는가

제 몸의 시윗줄을 끌어당겨

가뜬히 지상으로 떠오르는가

 

따라가던 물새 발자국

끊어진 곳 쯤에서 우둑하니 파도에 잠긴다







3.jpg

문정희사막에서 만난 꽃

 

 

 

눈부신 맨살 드러낸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몇 년째 묵언 중인 스님을 만났다

햇살 부서져 흰 것뿐인 벌판에

기괴하게 몸을 튼 사라쌍수나무

기쁜 웃음 만발한 바위로 앉은

청화스님눕지 않고 그대로 십수년이라

 

서울서 간 나에게 백지 내밀던

사막에 핀 한 송이 꽃오늘 아침에

그 꽃을 태우는 다비 소식 실렸다

그야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4.jpg

권대웅십우도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를 끌고 가네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돌아보니 첩첩 빌딩이네

빨리 가려다가 더 늦게 가는 자들이여

오토바이를 타고 간 사람이나 비행기를 타고 간 사람이나

모두 오리무중이네







5.jpg

송찬호구두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 넣어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 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는 것이다

오래 쓰다버린 낡은 목욕통 같은 구두를 벗고

새의 육체 속에 발을 집어넣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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