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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게시물ID : lovestory_835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12 19:54:40
사진 출처 : https://picturelump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vIzPJu2jhI8




1.jpg

박형준저곳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空中)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2.jpg

이성복느낌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3.jpg

이문재마음의 오지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도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4.jpg

김선우

 

 

 

아이 업은 사람이

등 뒤에 두 손을 포개 잡듯이

등 뒤에 두 날개를 포개 얹고

죽은 새

머리와 꽁지는 벌써 돌아갔는지

검은 등만 오롯하다

 

왜 등만 가장 나중까지 남았을까

묻지 못한다

 

안 보이는 부리를 오물거리며

흙 속의 누군가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 듯한

그때마다 작은 등이 움찟거리는 듯한

 

죽은 새의 등에

업혀 있는 것 아직 많다







5.jpg

윤재철인디오의 감자

 

 

 

텔레비전을 통해 본 안데스산맥

고산지대 인디오의 생활

스페인 정복자들에 쫓겨

깊은 산 꼭대기로 숨어든 잉카의 후예들

주식이라며 자루에서 꺼내 보이는

잘디잔 감자가 형형색색

종자가 십여 종이다

 

왜 그렇게 뒤섞여 있느냐고 물으니

이놈은 가뭄에 강하고

이놈은 추위에 강하고

이놈은 벌레에 강하고

그래서 아무리 큰 가뭄이 오고

때아니게 추위가 몰아닥쳐도

망치는 법은 없어

먹을 것은 그래도 건질 수 있다니

 

전제적인 이 문명의 질주가

스스로도 전멸을 입에 올리는 시대

우리가 다시 가야 할 집은 거기 인디오의

잘디잘은 것이 형형색색 제각각인

씨감자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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