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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군무새
게시물ID : military_835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야기한국사
추천 : 13
조회수 : 684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7/10/25 18:07:07


군무새 처럼 비참한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닥치고 군대에서 흙 빨다가 나와서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하면 여자분들이 싫어하시니 군대얘기 나오다가도 머슥해져서 주변 돌아보다가 입 닫고... 그러다가 2차에서 남자들만 모이면 다시 군 얘기로 꽃피죠.


남자들에게는 군대란 일종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회사 입사했을 때 사수가 처음 했던 얘기가 


"군대 어디나왔어?"


였습니다. 제가 "11사단입니다." 하면 "와! 나 화천에서 근무했는데.", "정말요? 저 화천에도 훈련 많이 갔습니다. KCTC도 자주가고, 제 친구도 거기 있었어요." 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곤 했습니다.


한 10년 전 쯤 유행하던 유머가 있었죠?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술자리 얘기가 군대얘기와 축구한 얘기라고.

그래서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하면 아주 질겁을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유머가 나돌고 난 이후로는 여자들 앞에서 군대얘기는 대부분 안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남자들끼리만 가끔 안주로 씹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뭐 술자리에서 알지도 못하는 얘기 하는 건 솔직히 동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이해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 와서 군대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입대할 청년들의 문제와 군 보상문제... 이런것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주장하는 사람을 "군무새" 라고 부릅니다.



세상에...


술자리에서 '누가누가 더 노예였나.' 전국 노예자랑(군대에서 누가 더 힘들었나.) 얘기하는거 군무새라고 한다면 인정할 수 있습니다. 굳이 듣기 싫은 얘기를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같은 레퍼토리인 누가누가 더 빡세게 군생활 했고 누가 맞았고 따위 듣고싶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권리에 대한 문제잖습니까.


우리나라 국민 중 약 500만은 차지하는 2030세대의 군필자들이 혹은 군대를 가야할 청년들이 하는 얘기인겁니다.


이걸 군무새라니요.


여자들이 임신 얘기할 때 그거 가지고 "임신무새" 라고 조선일보에서 씨부렸다고 생각해보세요. 무슨 생각드세요?


게시판 폭발하고 조선일보 로비에 화염병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근데 솔직히 강제로(간부는 강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초급간부 출신들은 대부분 강제로 가는 겁니다. 군대 강제로 가는거 아니었으면 어지간해서 그런 악조건으로 간부지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들어가서 고생고생해서 나와서는 사회에서도 찬밥, 당연히 하는거, 너는 2등국민 이런 취급으로 살아왔는데, 군무새랍니다.


이걸 언론이 당당하게 던져놓고 이슈조차 안됩니다.


그만큼 지금 2030군필자들의 위치가 바닥이라는 소리입니다.


차라리 가고싶은 사람이 갔다가 군무새 소리를 듣는다면 그나마 본인이 선택한 길이니 덜 화날수도 있습니다. 근데 강제로 징집당한거잖습니까?(징집 자체가 강제성을 띄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군말없이 가서 고생하고 나왔는데 그에 대한 권리주장을 군무새라고 합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아니 이런 문제에는 왜 지식인들은 입을 꾹 다무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동문제, 환경문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들 하나 둘 떠드는데, 왜 군대 문제만큼은 재미있는 주제이고, 말하면 찌질한 문제인겁니까?


회사 노동자가 자기가 사축이라면서 권리 주장하면 사축무새 거립니까? 회사는 그나마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가는 거잖아요. 근데 이런 문제 생기면 다들 하나같이 들고 일어나 그 사람들의 권리 주장에 동조하여 정부와 싸워주는데 왜 군대는 그렇지 않냐는 겁니다.


전 사실 양성징병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근데 제가 양성징병에 찬성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의 군 문제가 양성징병을 반대하는 사람이 양성징병을 찬성하는 것 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로 막장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군복무기간을 늘리더라도 남자가 군 생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솔직히 마초적인 사람입니다. 군대에 여자들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같이 군생활하면 힘들기만 할 것이라고(혹은 진짜로 힘들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저 양성징병 찬성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이 사회가 저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군무새라뇨.


너무하잖아요.


재미있는 의견이라뇨.


이게 웃깁니까?


제가 지방에 있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1인 시위를 할 생각입니다.


진짜 우울하고 짜증나는 상황이니까요.


양성징병 청원은 양성징병을 찬성하건 반대하건간에 결국 꺼낼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고, 이 마저도 안들어준다면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경복궁 지하에서 터미네이터를 양산하고 있다면 제가 큰 잘못 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럼 박근혜가 T-800초기모델이라 말을 잘 못하고 어버버 거렸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진짜 박근혜 사이보그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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