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나는 이제 다시 떠나려 해.」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몇 초 간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영'을 보는 '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태연한 표정으로 아까 공항에서 팬이 준 엿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영'이 갑자기 미웠다.
「이제 막 돌아왔잖아.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모나코?」
「어디든.」
「..이번에는 내 곁에 계속 있기로 했잖아.」
「그날..
마지막 날..
나 대신 '욱'을 앞으로 불러내는 네 표정을 보고 알았어.」
무심한 듯 주변을 보던 '영'은 갑자기 '보'를 응시했다.
「네 마음이 나를 떠났다는 걸.」
「아니야.」
'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보'는 다시금 부인했지만 영은 미안하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지금 여기가 어디지? 한국이잖아.
브라질에서 같이 잠적하자던 약속은 어떻게 됐지?」
「그건..」
'보'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확실히 그랬다.
'보'는 '영'에게 보여주지 못한 주머니 속 여권을 만지작거리고만 있었다.
러*아와 알*리만 이기면, 이걸 보여주고 같이 떠날 생각이었다.
「이제 네 하트에 대한 나의 슈팅은 끝났어.
잘 있어. My libero.」
'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보였다.
그리고 마치 제트기가 이륙하는 듯한 의미 모를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을 나섰다.
'보'는 창 밖을 보았다.
'영'과의 수많은 밤을 이어간 연습과 땀과 열정이 떠올라 숨이 다시 가빠왔다.
이제는 마음이 아닌 몸이 기억하는 그 거친.. 발길질.
'보'는 창문에 손을 대었다. 얼굴을 흐르는 물기를 느끼며 '보'는 말했다.
「잘 가. 나의 원칙, 나의 공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