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라는 이름과 함께 한 지도 벌써 17년이 넘어갑니다.
오유의 첫 시작, 그때가 PC통신의 시대가 지고 인터넷의 시대가 막 꽃 피우던 때였습니다.
처음 오유는 지금처럼 인터넷 사이트의 형태가 아니라,
인포메일, 이지페이퍼 등의 이메일 메거진 회사를 통해 이메일로 정보를 보내주는 형태였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오늘의유머 이름으로 사이트를 개설하고 기존에 이메일을 받으시던 분들의 참여로 오유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소통 공간인 커뮤니티라는 것은 그 이전 PC통신 시대의 게시판을 통해서 익혀왔었고,
PC통신 게시판의 정치에 대한 광장기능을 또 익히 봐왔었던 터라,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PC통신의 뒤를 잇는 정치담론소통의 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작은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시사게를 잘 유지하는 것은 저에게 그러한 의미이고,
그래서 시사게는 저에게 소중하고 매우 특별한 공간입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구요.
저는 이곳 오유가 따뜻하고 편안한 휴식처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부족하지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곳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가끔씩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사실, 그런 곳이었습니다.
오유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오유 방문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조금씩 줄어들었던 방문자 수가 최근 한 달 동안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최근 통계자료로는 그 6개월 사이에 거의 1/3가량의 방문자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옵니다.
방문자 수 하락에 대한 원인에 대해 저는 크게 2가지 이유를 보고 있습니다.
1.유저 상호 간의 비난과 비방 등 상호분쟁
2.시사게의 베스트 베오베 과 점유 상황의 지속으로 인한 사용자의 피로도 증가
이번 시사게 분리 작업은 위 2번에 대한 대응책이었습니다.
오유의 간판인 베오베의 대부분을 시사게가 점유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에는 각자의 입장 차가 분명히 있겠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짧은 휴식을 위해 잠시 오유를 방문하는 방문자에게 미소와 짧은 휴식보다는
이 나라가 처한 우울한 상황을 목도하고 한숨 쉬며 짧은 휴식 시간을 마칠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이 우리를 편히 내버려두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고 있고,
진실을 알릴 도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그래도 오유시게라도 힘을 보태야 하지 않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염증과 불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다 똑같지'라는 무서운 말을 시크한 듯 내뱉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목적의식.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그 열망과 신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시사게가 시사베오베가 아닌 일반 베오베에 떡하니 자리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반문. 이해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목적과 신념의 결과가 오히려 사람들을 떠나게 만든다면….
제가 우려했던 지점입니다.
오유를 처음 또는 간간이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정치에 무관심한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베오베를 뒤덮는 시사게시물이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20대 후반까지 정치 지식이나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그 나이의 제가 지금의 오유 베오베를 본다면 분명히 부담스러웠을거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유의 기본 게시글들과 베스트,베오베는 정치라는 무거운 담론을 걷어내고 가볍고, 즐거운 곳으로 두되,
오유 곳곳에 시사를 통한 통로를 배치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사게 분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상황을 지켜봐서 분리로 인한 조회수 손실이 지나치다면 또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나가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오유를 살려야 시게의 역할도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이미 몇몇 정치 사이트가 그들만의 리그로 쇄락의 길을 걸었던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에,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나름 두뇌풀가동 중인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 것 같아 무척 송구합니다.
그 동안 시사게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역할이 끝났다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오유를 동네 삼았던 유저분들은 분명히 오유를 통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었고
어쩌다보니 마음 따뜻한 분들이 많이 모여 또 그 따뜻함에 오유를 또 찾고,
그 중에 정치와는 담 쌓고 지내셨던 분들도 많이 계셨겠지만,
베스트 베오베 등에 올라있는 정치 관련 게시물을 접하면서 진실(우리가아는)에 가까워지는 과정으로 의식을 깨워갔다는 것.
그 과정이 오유와 시사게의 어우러짐을 통해서 이루어졌던 게 아니었나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 선순환 과정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심려 끼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