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낸다
게시물ID : lovestory_835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05 17:02:35

사진 출처 : https://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fiQWZOGhV-U





1.jpg

함민복서울역 그 식당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2.jpg

김남조성냥

 

 

 

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3.jpg

장대송고향

 

 

 

그곳을 찾으면 어머니가 친정에 간 것 같다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나서

겨울 햇살에 검은 비늘을 털어내는

갈대가 아름다운 곳

갈대들이 조금에 뜬 달 아래서

외가에 간 어머니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던 곳

둑을 넘어 농로에 흘러든 물에 고구마를 씻는 아낙의 손만지고 싶다






4.jpg

이선영세수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낸다

오늘의 얼굴에 묻은 어제의 눈곱

어제의 잠

어젯밤 어둠 어젯밤 이부자리 속의

어지러웠던 꿈 어제가 혈기를 거둬간

얼굴의 창백함을

힘있지는 않지만 느리지는 않은

내 손길로 문질러버린다

늘 같아 보이지만 늘 새것인 물

얼굴에 흠뻑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오늘엔 오늘 아침 갓 씻어낸 물방울 숭숭 맺힌 나의 얼굴이 있고

그러나 왠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지 않은가

어제는 잔주름만 남겨놓았고

오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5.jpg

이윤학진흙탕에 찍힌 바퀴 자국

 

 

 

진흙탕에 덤프트럭 바퀴 자국 선명하다

가라앉은 진흙탕 물을 헝클어뜨린

바퀴 자국 선명하다

바퀴 자국 위에 바퀴 자국

어디로든 가기 위해

남이 남긴 흔적을 지워야 한다

다시 흔적을 남겨야 한다

물컹한 진흙탕을 짓이기고 지나간

바퀴 자국진흙탕을 보는 사람 뇌리에

바퀴 자국이 새겨진다

하늘도 구름도 산 그림자도

바퀴 자국을 갖는다

진흙탕 물이 빠져 더욱

선명한 바퀴 자국

끈적거리는 진흙탕 바퀴 자국

어디론가 가고 있는 바퀴 자국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