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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무 황홀한 꿈이, 거기 불탄다
게시물ID : lovestory_83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30 00:16:23
사진 출처 : https://runningwithanarchicsoul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oDlNisEfEZs




1.jpg

김경희꼽추

 

 

 

태양을

꼬옥 껴안았다

 

생은 그 안에서 잠시

오징어 구이처럼 굽이치고

 

슬픔은

왕릉처럼

길이

말이 없을 것이다







2.jpg

이승욱꿈이 없는 빈 집에는

 

 

 

꿈이 없는 빈 집에는

비스켓 하나라도 바스락거리면

너무 외롭다너무 황홀한 꿈이 비스켓 속에

타기 때문바스락거리는 비닐껍질을 까고

가는 철사줄 같은 내 아이의 손이 발라내는 비스켓

어찌나 아득하게 소란한 그 소리를

우리의 귀는 잠결에서도 흘려버릴 수가 없다

어쩌면 우리의 손이 더 우그러져 비스켓 공장을 만든다면

이 세상이 다 소란할 비스켓 공장을 만든다면

아내와 나는 이렇게 어지러운 외로움에

걸레조각 같은 적막으로 몸을 닦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장미꽃이 핀 집에 장미는 더욱 아름답고

우그러진 철삿줄은 우그러져서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지만 오래오래꿈이 없는 빈 집에는

비스켓 하나라도 바스락거리면

너무 황홀한 꿈이거기 불탄다







3.jpg

김명인바다의 아코디언

 

 

 

노래라면 내가 부를 차례라도

너조차 순서를 기다리지 않는다

다리 절며 혼자 부안 격포로 돌 때

갈매기 울음으로 친다면 수수억 톤

파도 소리 긁어대던 아코디언이

갯벌 위에 떨어져 있다

파도는 몇 겁쯤 건반에 얹히더라도

지치거나 병들거나 늙는 법이 없어서

소리로 파이는 시간의 헛된 주름만 수시로

저의 생멸(生滅)을 거듭할 뿐

접혔다 펼쳐지는 한 순간이라면 이미

한 생애의 내력일 것이니

추억과 고집 중 어느 것으로

저 영원을 다 켜댈 수 있겠느냐

채석에 스몄다 빠져나가는 썰물이

오늘도 석양에 반짝거린다

고요해지거라고요해지거라

쓰려고 작정하면 어느새 바닥 드러내는

삶과 같아서 뻘 밭 위

무수한 겹주름들

저물더라도 나머지의 음자리까지

천천치천천히 파도 소리가 씻어 내리니

지워진 자취가 비로소 아득해지는

어스름 속으로

누군가 끝없이 아코디언을 펼치고 있다







4.jpg

이병률저울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그건 아마도 저울바늘이 부산하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

힘차게 심장을 잘라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바늘은 한 자리에 멎기 전까지

두근 반과 세근 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요동을 친다는 말

심장을 어디다 쿵 하고 올려놓고 싶어

눈이 멀 것 같을 때

놀랐다 홧홧해졌다가 몸을 식히느라 부산한 심장을

흙바닥도 가시밭도 아닌 그저 저울 위에

한 몇 년 올려두고

순순히 멈추지 않는 바늘을 바라보고 싶다는 말







5.jpg

이덕규한밤을 건너가는 밥

 

 

 

빈 그릇에 소복이 고봉으로 담아놓으니

꼭 무슨 등불 같네

 

한밤을 건너기 위해

혼자서 그 흰 별무리들을

어두운 몸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밤

 

누가 또 엎어버렸나

 

흰 쌀밥의 그늘에 가려 무엇 하나

밝혀내지 못한

억울한 시간의 밥상 같은

창 밖저 깜깜하게 흉년 든 하늘

개다리소반 위에

 

듬성듬성

흩어져 반짝이는 밥풀들을

허기진 눈빛으로 정신없이 주워먹다

목메는 어둠 속

덩그러니 불 꺼진 밥그릇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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