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위해 투표하러 미국으로 간 구익균 선생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보도는 부시와 케리의 지지도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최근에는 오차범위에 있다고 한다. 4년 전 부시와 고어의 대결과 거의 비슷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는 어쩌면 부시가 투표율에서 이기고 선거인단에서는 케리가 승리할 지도 모른다는, 4년 전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희망적으로 전망하는 보도가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지명전 전후로는 각각 지지도가 오르다가 지명대회가 끝나면 다시 시소를 벌이고 그것도 여론조사 기관마다 판이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근 일 년 내내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에 직접 참여한 미국민의 관심도 크겠지만 세계와 우리나라도 관심 집중이다.
LA에 살고 있으면서 백수(百壽)에 가까운 97세의 노구를 이끌고 보름 전에 고국에 오신 구익균 선생을 만났다. 며칠 전 오찬을 함께 할 때 선생께서 분단에 따른 비사를 말씀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화제에 올랐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고국에서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케리의 당선을 위해 오늘 급히 귀국한다는 말씀이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지만 기억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노익장, 구 선생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구 선생님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어 당당히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넌지시 "선생님의 한 표 때문에 케리의 당선에 지장이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선생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한 표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 표들이 모아져 당선된다고 하신다.
97세의 노익장 구익균 선생님의 결심에 그저 송구스러웠다. 구 선생은 일제 때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시고 해방정국에서 완전한 통일을 주장하다 감옥에다 다녀왔고 자식들을 따라 미국시민이 되었어도 오직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열정을 갖고 계셨다.
이처럼 이번 미국선거는 미국뿐만 아니라 재미동포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며칠 전에는 <뉴욕타임즈>에 재미동포 이름으로 전면광고를 냈다. 그 내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미국민의 신중한 투표를 부탁한다는 평화의 광고였다.
부시의 도전적 한반도 정책보다 협의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치하는 문제까지 폭넓게 강구하는 미국 민주당 후보에게 호의적 표시를 한 것은 케리의 당선에 일정한 기여를 하겠다는 의도를 지닌 광고였다.
한국에서도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메일과 전화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쟁광인 부시보다 케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간곡한 요구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부시는 베트남 전쟁 패배의 교훈도 잊고 또다시 명분 없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미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국가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이라크에 자유와 평화를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전쟁을 벌인다며 테러까지 몰고 가고 있다. 부시가 믿는 하느님은 전쟁을 원하는 하느님인 듯하다. 왜냐면 이라크에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는 변명이다. 이라크인들이 10만명이 넘게 사망하고 미국인도 1천명 이상 죽어갔다.
하느님은 지구촌에 평화를 주러왔다. 그런데 부시의 하느님은 전쟁도 평화로 둔갑하고 9·11테러에 결부하여 이라크는 물론 이 땅에 전운을 감돌게 하고 있다. 여기에 부시의 대단한 결정이 있다.
이제 내일 밤이면 선거결과가 밝혀질 것이다. 미국인들이여 재미동포여 제발 똑바로 투표하라. 우리 구익균 선생처럼 모두의 재미동포들도 분명 전쟁광인 부시에 투표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부시진영의 한반도 전운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제 환갑을 맞이한, 한반도 분단을 더욱 고착시키는 부시보다 케리를 원한다. 이유는 지난 4년 전 클린턴 정부 때 북미간에 북일간에 수교일보직전까지 갔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주당과 케리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부시는 이번에 통과된 인권법안을 비롯한 대북정책이 적대적이다. 그러기에 한미간의 동맹관계를 위해서도 우리는 케리의 당선을 기대한다.
97세의 노구를 이끌고 케리에게 한 표를 찍기 위해 떠나는 구익균 선생님의 미국행을 보면서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그리고 통일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케리의 승리로 한반도 평화의 서광이 비치기를 간구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18009
2004년 말 오마이뉴스에 올라왔던 기사입니다.
(결과를 떠나서)조국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하러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미국까지 다녀오실 정도로 우리나라에 헌신하셨던 분이셨군요.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 제가 얼마나 독립운동에 헌신하셨던 분들에 대해 무지한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일을 접하면서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다 이런 분들이 있었던 것 덕분인데...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