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내놓고 신랑이
"영화 보러갈래? 엄마곰이 좋아하는 걸로 찾아봤어."
라길래,
"그래. 뭔데?"
물어보니 권했던 영화.
뉴스타파에서 만들었다길래 자백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언론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 얘기만 듣고 제목도 모른 채 보러갔습니다.
(뉴스타파는 3년전부터 후원하고 있는데 영화에 도통 관심이 없다보니 오늘 개봉일인줄도 좀 전에 검색해보고 알았다능..;;; 그러고 보니 본의아니게(?) 개봉일 첫 영화를 봤네요.)
10시 조조를 보러 들어갔더니 저희까지 포함해서 7명이 계시더군요.
시작은 YTN에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으로 꽂히면서 시작됩니다. 평소에 낯이 익던 노종면 기자가 화면속에서는 정말 젊더라구요. 2008년이니 무려 9년 전인가요?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는 구본홍을 오랜 기억속에서 끄집어내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격렬했던 그들의 투쟁은 패배로 빛을 잃고 결국 YTN은 TV조선 같은 종편 수준으로 추락했죠.
중간에 MBC의 투쟁과 해직기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다루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격렬히 저항하던 MBC도 마찬가지로 불의에 저항하던 기자들을 자르고 입을 막아버린 채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내며 종편보다도 못한 방송이 되어버렸습니다. 구본홍보다는 좀 더 낯이 익은 김재철이 나오고 그 때 당시 격렬히 투쟁하던 MBC를 보니 그 때는 저도 그들과 함께 달라질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라는 생각에 울컥 차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자신이 김재철임을 부인하던 동영상이 나오는데 저 따위 쓰레기가 한 공영방송사를 완전 파괴해버렸구나 라는 생각에 실소가 나오며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다가 제 스스로에게 놀란 부분이 있는데 중간에 한미 FTA 당시 MBC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기자의 글을 사측에서 삭제하는 걸 보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걸 인지하고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7년 전의 나는 분명히 사소하다 할 지라도 옳지 않은 일에 지금처럼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응을 했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 이 정권 하에서 정의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자기검열이 나도 모르게 내면화되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말한 부패한 정부는 국민을 부패시킨다는 얘기가 다시 한 번 확 와닿았습니다. 나름 깨어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불법이나 부정에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지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다 보고 영화관 통로를 걸어가며 나눈 신랑의 감상평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YTN을 보는 시각이 그렇게 우호적이지 못했는데 기자들이 저렇게 많이 투쟁을 지속했는지 몰랐다고 다시봤다고 하고, 하루 빨리 언론을 바로잡으려면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썬 문재인 밖에 없다. 라고 하더군요.(기승전 문재인;;)
출처 |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본 내 눈, 내 귀, 내 머리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