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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게시물ID : lovestory_833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4 23:00:55

사진 출처 : https://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sJmxNuf_s5w





1.jpg

신달자어머니의 땅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 층 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 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2.jpg

김광규어린 게의 죽음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어린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3.jpg

이창수가족사진

 

 

 

할머니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아니카메라가 초점에 잡히지 않는

우리 가족의 균열을

조심스레 엿보고 있다

더디게 가는 시간에 지친 형들이

이러다 차 놓친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처럼

잠시 후엔 누가 잡지 않아도

제풀에 지쳐 제각각 흩어져 갈 것이다

언제나 쫓기며 살아온 우리 가족

무엇이 그리 바쁘냐며

일부러 늑장을 부리시는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 위로

플래시가 터진다

순간담장을 타고 올라온

노오란 호박꽃이

환하게 시들어간다






4.jpg

손택수소가죽북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는다

살아서 맞던 채찍 대신 북채를 맞는다

살가죽만 남아 북이 된 소의

울음소리맞으면 맞을수록 신명을 더한다

 

노름꾼 아버지의 발길질 아래

피할 생각도 없이 주저앉아 울던

어머니가 그랬다

병든 사내를 버리지 못하고

버드나무처럼 쥐어뜯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던 울음에도

저런 청승맞은 가락이 실려있었다

 

채식주의자의 질기디질긴 습성대로

죽어서도 여물여물

살가죽에 와닿는 아픔을 되새기며

둥 둥 둥 둥 지친 북채를 끌어당긴다

끌어 당겨 연신 제 몸을 친다






5.jpg

이승철당산철교 위에서

 

 

 

25천 볼트의 전류를 기운차게 뿜어내며

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 켠 치솟는 굴뚝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건너가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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