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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오늘은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해
게시물ID : panic_83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3
조회수 : 5728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9/22 04:24:57
*퍼가지 마세용..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드립니당..♡
 
 
 
 
 
 
몇 년 전에, 온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아내가 운전을 하고 나는 보조석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는데
에밀리가 장난감을 떨어뜨리고 빽빽 떼를 써서
좌석벨트를 풀고 장난감을 집어들려고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 운명은 내 편이 아니었다.
맞은 편에서 다가오던 차량이 방향을 틀었고
아내가 과하게 핸들을 돌려서 차는 길 바깥으로 돌진해버렸다.
그리고 데굴데굴 굴렀다.
안전 장치 덕분에 다들 가벼운 부상만 입고 탈출 할 수 있었지만
나는 여기저기 튕기는 바람에 척추가 완전히 손상됐다.
의식만은 잃지 않아서 구급대원이 나를 차로 옮기는 중에도 정신은 깨어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진료를 기다렸다.
의사들이 모여 내 상태를 한마디로 결론 지어줬다.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회사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고 아내는 입원 치료를 고집했기에
'재활'로 몇 달을 보내며 '적응'하는 법을 배운 뒤 집으로 돌아왔다.
지옥이 펼쳐지는 곳으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사소한' 문제들을 겪는지 설명하자면.
지루해서 뭔갈 집어들어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려고 해보려고 해봤자,
못한다.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들어서 채널을 바꾸고 싶어도,
못한다.
너무 급한데 바지에 지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을 찾아가고 싶지만,
못한다.
느낌이 오나?
꿈에 대해서도 알려주겠다.
로또 맞는 꿈 꿔본 적 있겠지? 크게 한 방.
그런 꿈 맨날 꾼다. 다만 내 경우에는 로또 대신에 멀쩡한 육신을 갖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 전부 다 허상이었다는 걸 알게 되고나서 느끼는 실망감, 절망감, 증오심.. 상상할 수 있을런지.
어젯밤도 잠에 들었다가 꿈을 꿨다. 딱히 별 생각이 없었는데.
왠 남자가 더러운 갈색 정장을 입고 내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정중한 말투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쪽을 쳐다봤다.
 
"거래를 제안하려고 왔습니다.
잠에서 깨어나시면 혼자 힘으로 침대 밖을 나가실 수 있어요.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가 죽어있을 겁니다."
 
이 남자 입만 웃고 있다.
비슷한 꿈을 하도 많이 꾼지라 대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좋죠."
"좋으실 대로.."
 
빛과 함께 남자는 사라졌다.
알람 시계가 울렸다.
눈은 반쯤 감은채로 시계 쪽을 향해 손을 뻗어 알람을 껐다.
갑자기 잠이 확 깼다. 내가 일어서다니.
다리를 휘저어보고 발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차가운 바닥을 온몸으로 맛봤다.
너무 기뻐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서 있다가
방을 나와서 부엌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다시는 못할 줄 알았는데.. 그토록 하고 싶었던.. 커피머신으로 향했다.
잊은 줄만 알았던 동작들을 하나씩 해봤다.
컵을 하나 꺼냈는데 갑자기 복도 끝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지난 밤 거래가 생각났다.
비명이 통곡으로 변하는 순간 커피를 젓던 손이 멈췄다.
컵을 내려다보니..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커피를 젓고 통곡은 계속됐다. 
음 저 소리 알듯 말듯 한데...
잠깐.
내 알람 소리 아닌가?
 
 
 
 
 
 
출처 Today, I Wanted To Make Myself A Cup Of Coffee
https://redd.it/3lix29 by KMAp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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