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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에게 꼭 한마디만
게시물ID : lovestory_833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9/12 21:13:17

사진 출처 : http://thirdrockfromsun.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ZPmoRq0qF8





1.jpg

최광임목련꽃 진다

 

 

 

아름다운 것이 서러운 것인 줄 봄밤에 안다

미루나무 꼭대기의 까치둥지

흔들어 대던 낮바람을 기억한다

위로 솟거나 아래로 고꾸라지지만 않을 뿐

바이킹처럼 완급하게 흔들리던 둥지

그것이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이라고

의지 밖에서 흔들어대는 너

내 몸에 피어나던 목련꽃잎 뚝뚝 뜯어내며

기어이 바람으로 남을 채비를 한다

너는 언제나 취중에 있고

너는 언제나 상처에 열을 지피는 내 종기다

한때 이 밤꽃이 벙그는 소리에도 사랑을 하고

꽃이 지는 소리에도 사랑을 했었다

서러울 것도 없는 젊음의 맨몸이 서러웠고

간간이 구멍난 콘돔처럼 불안해서 더욱 사랑했다

목련나무는 잎을 밀어 올리며 꽃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이 밤도 둥지는 여전히 위태롭고

더욱 슬퍼서 찬란한 밤 또 어디서

꽃잎 벙그는 소리 스르르

붉은 낙관처럼

너는 또 종기에 근을 박고 바람으로 불어간다

꽃 진다내가 한고비

진다







2.jpg

곽재구사랑이 없는 날

 

 

 

생각한다

봄과 겨울 사이에

무슨 계절의 숨소리가 스며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에

벌교 장터 수수팥떡과

산 채로 보리새우를 먹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상어의 이빨이 박혀 있는지

 

생각한다

눈 오는 섬진강과 지리산 사이에

남과 북 사이에

은서네 피아노 가게와 종점 세탁소 사이에

홍매화와 목련꽃 사이에

너와 나 사이에

 

또 무슨

병은 없는지

 

생각한다

꽃이 진 뒤에도

나무를 흔드는 바람과

손님이 다 내린 뒤에도

저 홀로 가는 자정의 마을버스와

눈 쌓인 언덕길

홀로 빛나는 초승달 하나

 

또 무슨

병은 깊은지







3.jpg

류외향지금은 꽃 피는 중

 

 

 

꽃 피는 시간은 길고 길었으나

꽃들의 마음을 알지 못해

전 생애를 걸고 피는 꽃들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이 봄의 통증은

달을 헛짚어오는 월경처럼 어지러웠고,

저들이 이 세상의 허공에다 던진

아름답고 슬픈 투망에는

무엇이 건져질는지

 

발소리 삭인 채 다가와

앞질러 내달려가는 이 봄은

속수무책 피어나는 희망이어서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네

다만 우연이므로

이 봄에 내가 있는 것

그리고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

돌아보면

꽃들의 꽃진 자리뿐이었으니

무엇을 이름하여 부를 수 있을는지

 

지금은 청량하게 눈 씻는 중

봄이 꽃피는 시간을 말갛게 바라보는 중

그리고 저 만개한 우연처럼 그대

내게 들키지 않으며

오고 가는 중







4.jpg

김상미민들레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꽃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북악산도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 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 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서정의 꿀맛 같은 예쁜 노란 별

너에게 꼭 한마디만






5.jpg


노향림프루스트의 숲에 가서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이루며

프루스트의 숲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그 길을 바라보리라

 

꿈속에서도

나무들은 말방울소리에

귀 열어놓고 잔다

 

저 은사시나무숲

숲은 은빛 바늘을 숨기고

바람 부는 대로

그 바늘들을 털어낸다

 

날은 어두워오고

눈 내릴 듯 흐린 날

나의 눈엔 눈물 얼비친다

 

누구든지 한 사람

아는 사람을

만날 것같다

 

아직 가지 않은 길은 아름답다

누구든지 잠 못 이루며

프루스트의 숲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그 길을 바라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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