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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 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게시물ID : lovestory_83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1 21:21:55
사진 출처 : https://of-forgotten-lor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kX9ZU-zliM




1.jpg

정철훈식탁의 즐거움

 

 

 

식탁을 보라

죽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식탁 위에 오른 푸성귀랑

고등어자반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남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인데도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밭이랑 똥거름 빨며 파릇했던

파도보다 먼저 물굽이 헤치며

한때 바다의 자식으로 뛰놀던 그들은

데쳐지고 지져지고 튀겨져 식탁에 올라와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펄떡이고 출렁이고 싶다

그들은 죽어서 남의 밥이 되고 싶다

풋고추 몇 개는 식탁에 올라와서도

누가 꽉 깨물 때까지 쉬지 않고 누런 씨앗을 영글고 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터지는 식탁의 즐거움

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2.jpg

한영옥억새풀

 

 

 

후회 없다

후회 없다

되뇌이는 목소리

기어코 끝이 갈라지는 사이사이로

굵은 눈물방울 뿌옇게 번져간다

어쩔 줄 모르는 후회의 분광(分光)이여

흩날리는 진주빛아슴한 춤이여

억새풀 빗자루몇 자루 엮어야

뿌연 눈물길 정갈히 쓸어갈까







3.jpg

신현정희망

 

 

 

앞이 있고 그 앞에 또 앞이라 하는 것 앞에 또 앞이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는 달팽이가 느닷없이 제 등에 진 집을

큰 소리나게 벼락치듯 벼락같이 내려놓고 갈 것이라는 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래 우리가 말하는 앞이라 하는 것에는 분명 무엇이 있긴 있을 것이다

달팽이가 전속력으로 길을 가는 것을 보면







4.jpg

오정국약속된 것은

 

 

 

텔레뱅킹으로 계좌이체를 몇 번 하고 나니

월급이 바닥난다 약속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비가 오면 우산을 펴고

비가 오지 않아도

서둘러 신호등을 건너간다

모래알은 왜 물밑으로 흘러가나

말이 중얼거리니

몸이 따라가는 것

비 개인 앞마당의 지렁이 자국

제 몸 긁힌 흔적이

시라면저게

생이라면

 

약속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흙바닥을 기는 햇빛의 뱃가죽엔 흠집이 없는데







5.jpg

박정원동심초

 

 

 

어머니 가슴에 맺힌 종양을

병원에서 덮어버린 그날부터

아버지는 곡기를 끊으셨다

아버지

어머니 가시던 날 아침

어머니보다 먼저

꽃잎처럼 지셨는데

사막이란 사막은 죄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웅성거렸다

꽃 두 송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각

사막 한가운데

이슬처럼 맺혔다고

그런데 그 꽃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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