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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은 내 모습이 시시해
감추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외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따로 시간을 내어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SNS에서는 감추고 싶은 내 인간관계의 폭이
특히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일상적인 글을 올렸을 때
댓글만 수십여 개가 달리는 지인들과 달리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소박한 댓글 수가 신경 쓰였다
내 좁은 인간관계가
본의 아니게 드러나는 게 싫었다
SNS에만 접속하면
파티 룸을 빌려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는 사진부터
단짝 친구들과 해외여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진
여러 활동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자기계발 모임을 하는 사진 등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이 쏟아졌다
반면 나는 마음껏 부러워하지도
응원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마음으로
그 사진들을 구경만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독서 모임에 가입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만나는 사람의 수를 늘렸다
집에만 있던 때와는 달리
하루를 채우는 사건들이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다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SNS 친구 등록을 하고
주말에는 신촌이나 강남에 나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
한때 구경만 하던 사진 속 주인공이
어느새 내가 되어 있었다
딱히 용건이 없어도
연락을 주기적으로 주고받는 관계도 늘고
SNS에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와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첫 한 달은 만족스러웠다
내가 살던 삶의 방식과 달라서
마치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었다
어떤 이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런데 그토록 부러워하던 삶인데
정작 나는 왜 즐겁지가 않을까
부럽다고 생각했던 삶을 좇았는데
왜 내 마음은 행복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 때문에
억지로 꾸며 낸 모습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니, 자연스러울 리가 없었다
완벽한 화장으로 맨얼굴을 가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내 모습은
한없이 불편했다
타고난 내 성격을 무시한 채
부러운 모습만 닮아 가려 했으니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처럼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아무리 흉내 내고 싶은 삶이라도
아닌 건 아닌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기로 했다
화장기 없는 내 얼굴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인간관계도
창피해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좋고 나쁨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내 모습이니까
보여 주기 식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억지로 꾸며 낸 인생을 살지 않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좋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발전하는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