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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게시물ID : lovestory_83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10 23:28:39
사진 출처 : https://stephwildeblr.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bv4qwPQOuC4




1.jpg

박형준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언제나 밤이 오고잎들의 지문이

선명해지는 밤길을 걸어간다

지난날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열매의 맛이

아려온다꽃은 찢긴 살처럼 빛난다

새벽 두 시에 나무를 붙잡고 우는 여자

머리 위에 얹혀진 찬 달







2.jpg

김명인찰옥수수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구렁 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는

처녀애들 날종아리 눈부시다

가지런한 치열 네 자루가 삼천원씩이라지만

할머니는 틀니조차 없어

예전 입맛만 계산하지

우수수 빠져나갈 상앗빛 속살일망정

지금은 꽉 차서 더 찰진

뽀얀 옥수수 시간들







3.jpg

황지우소나무에 대한 예배

 

 

 

학교 뒷산 산책하다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지표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건목(建木); 소나무머리의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4.jpg

이성선반달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의

마음꽃 한 송이







5.jpg

도종환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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