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cappandodaquestarealta.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zorJevcTsG0
최동호, 홀로 걸어가는 사람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조금 비켜가는 화살처럼
마음 한가운데를 맞추지 못하고
변두리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먼 곳을 향해 여린 씨를 날리는
작은 풀꽃의 바람 같은 마음이여
자갈이 날면 백 리를 간다지만
모래가 날리면 만 리를 간다고
그리움의 눈물 마음속으로 흘리며
느릿느릿 뒷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사람
김종철, 새
아무도 산 채로
세상을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하늘로 높이 날면서
세상을 듭니다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
박해석, 무릎
고마워해야 하리라
무릎 한 켤레
온갖 뼈마디 부서져도 쉽게
낮아질 수 없는 우리에게
무릎 너희 있어
땅에 무릎 꿇고 거기 입맞추게 하는
두 손으로 공손히 세상 한번 받들어올리는
신은 멀어도
그의 숨결 너나들이하는
해진 무릎 한 켤레
흙으로 돌아가 발 뻗고 잠들기까지
모름지기 우리는 그를 고마워해야 하리라
신대철, 저녁눈
눈보라에 밀려
동네 허공에 머물던 들새들
눈 덮이는 들판을 향해
구부러진 나무 꼭대기에 나란히 앉는다
그 나무 밑에 나도 나란히 앉는다
어깨에 쌓인 눈이 훈훈히 젖어든다
문태준, 첫사랑
눈매가 하얀 초승달을 닮았던 사람
내 광대뼈가 불거져 볼 수 없네
이지러지는 우물 속의 사람
불에 구운 돌처럼
보기만 해도 홧홧해지던 사람
그러나, 내 마음이 수초밭에
방개처럼 갇혀 이를 수 없네
마늘종처럼 깡마른 내 가슴에
까만 제비의 노랫소리만 왕진 올 뿐
뒤란으로 돌아앉은 장독대처럼
내 사랑 쓸쓸한 빈 독에서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