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꿈인지 가위인지 모를 무서운 경험을 했는데 제 나름대로는 무척 공포스러워서 그 경험을 한 번 써보려 합니다.
얼마전에 동생과 방을 바꿨습니다.
제방은 여닫이 문인데다 베란다와 연결돼있어서 가족들이 많이 들락거리는게 공부하는데 영 집중이 안되는것 같았거든요.
더위가 한창일때는 참 좋았습니다. 방이 햇볕이 안들어서 그런지 좀 서늘한 편이라 더위를 많이 못 느꼈었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면서 이 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슬슬 가을로 접어드니까 서늘하다 못해서 많이 춥습니다.
평소에 환기를 위해서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있는데 깜빡하고 창문을 안 닫고 자면 추워서 새벽에 잠이 깨더군요.
아마 제가 이 경험을 한 것도 이것때문인것 같습니다.
한 3일전 쯤 이었을 겁니다. 오후 1시쯤 됐을때 배가 고파서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나니 많이 졸립더군요.
그래서 한 숨자고 일어나서 다시 공부해야지 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라면냄새도 좀 나는것 같고 얼마 안 잘거라 생각해서
창문을 열고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자면서 꿈도꾸고 하다가 눈이 떠졌습니다. 평소엔 그렇지 않았는데 정말 멍~ 하더군요.
의식의 흐름 자체가 느린 느낌이었습니다. 제 생각이 슬로우 모션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체감상 한 5분정도를 아무생각없이 가만히 있었던것 같습니다. 눈 앞이 엄청 어둡더군요. 보통 어두울때 보이는 검정색이라기보다는
약간 암청색으로 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범죄드마라에서 나오는 시체 담는 가방에 누워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엄청늦게까지 잠들었었나보네 하고 생각하다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야겠다 싶어서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겁니다. 제가 여태까지 가위를 눌려본 적이 없어서 '아 이게 가위인가'하고 한참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가 원래 겁이 엄청 많은데 생각자체가 느려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때까지는 하나도 무섭지 않더군요. 그 후에 '이거 걸리면
막 귀신 웃음소리 같은거 막 들리고 귀신도 보이고 엄청 무섭다던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순간 누군가 돌아다니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공포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생각이 빨라지고 초조해지더군요. 순간 주기도문을 외우면 풀린다더라 하는 경험담이
생각났고 한참동안 열심히 주기도문을 외웠지만 풀리지도 않고 목소리가 들린게 아니라 그냥 머리속에서 '그런다고 풀릴것 같냐 그게?'
이런 말을 듣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그냥 제 얼굴을 덮고 있는 이걸 치워야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그래서 억지로 손끝에
힘을 주면서 밀어내려했는데 힘이 양손에 다들어오는게 왼손 엄지부터 중지까지만 감각이 느껴지고 제 의지와 달리 밀어내는게 아니라
옆으로 쭉 늘이듯이 당기고 있는데다가 몇달 굶은 사람마냥 1미리 옮기는데 1분쯤 걸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거기다가 분명 대자로 누웠을때 팔끝에서 당기는건데 점점 제 볼을 잡고 쭉 당기는것 같았습니다.
당길수록 이러다가 내 얼굴을 찢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까지 당겨지더군요 고통이 안느껴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조금만 더 하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젖 먹던 힘까지 짜내는 그런느낌으로 힘을 빡 주니까 몸이 움찔하는 느낌이 들면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떠보니 제가 머리 끝까지 이불을 올려서 덮고 있었습니다. 아마 창문을 열고 자다가 추워서 저도 모르게 이불을 얼굴까지 덮었던거 같습니다.
시계를 보니 한 2시간 정도 밖에 잠들지 않았었더군요. 집에는 저 혼자만 있었구요. 체감상으론 한 3시간쯤 고생한것 같았었는데...
떠도는 괴담중에 잠을 잘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면 귀신이 들여다본다는 이야기를 봤었는데, 그것과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음.. 쓰고나니 별로 안무서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