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울음이 없는 개
몸속에 꿈틀대던 늑대의 유전인자
세상과 불화하며 광목 찟듯 부우욱
하늘 찢으며 서슬 푸른 울음 울고 싶었다
곧게 꼬리 세우고 송곳니 번뜩이며
울타리 침범하는 무리 기함하게 하고 싶었다
하늘이 내린 본성대로 통 크게 울며
생의 벌판 거침없이 내달리고 싶었다
배고파 달아나 뜯는 밤이 올지라도
출처 불분명한 밥은 먹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불온하고 궁핍한 시간을
나는 끝내 이기지 못하였다
목에는 제도의 줄이 채워져 있었고
줄이 허락하는 생활의 마당 안에서
정해진 일과의 트랙 돌고 있었다
체제의 수술대에 눕혀져 수술당한 성대로
저 홀로 고아를 살며 자주 꼬리
흔들고 있었다 머리 조아리는 날 늘어갈수록
컥, 컥, 컥 나오지 않는 억지울음
스스로 향해 짖고 있었다
정끝별, 공전
별들로 하여금 지구를 돌게 하는
지구로 하여금 태양을 돌게 하는
끌어당기고
부풀리고
무거워져
문득, 별을 떨어지게 하는
저 중력의 포만
팔다리를 몸에 묶어놓고
몸을 마음에 묶어놓고
나로 하여금 당신 곁을 돌게 하는
끌어당기고
부풀리고
무거워져
기어코, 나를 밀어내게 하는
저 사랑의 포만
허기가 궤도를 돌게 한다
최동호, 젊은 날의 겨울강
겨울강은 모든 것을 튕겨버린다고
서운케 일기장에 썼던 것은 잘못이다
겨울강이 얼어붙은 것은
제 몸속에 품고 있는 피라미 새끼와 물풀과 작은
돌멩이들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감싸기 위해서다
수많은 봄이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강가에서 튕겨져 나오는 돌만 바라보던 젊은 날에는
쾅쾅 얼어붙은 겨울강의 살 속을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숨소리 나 정말 알지 못했다
이홍섭, 7번 국도
사랑도 만질 수 있어야 사랑이다
아지랭이
아지랭이
아지랭이
길게 손을 내밀어
햇빛 속 가장 깊은 속살을
만지니
그 물컹거림으로
나는 할말을 다 했어라
고재종, 전각
푸르른 한때
애인의 이름을 나무둥치에 새기며
소리 죽여 운 적이 있다
수천 수만 나뭇잎이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