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어요.
8년차 부부임이 무색할 지경으로
사랑이 퐁퐁퐁 솟아나는게,
스무살에도 이러진 않았던 것 같은 달달함을 뿜으며
초여름을 견디고(벌써 너무 덥습니다ㅠㅠ)있습니다.
저 한 잔 했어요.
하하하.
저는 혼술이 좋아요.
언제 에비츄(닉언아니잖아요 흐흫흫)님의
혼술파티에도 참가해야 할텐데....요.
오늘은 남편에게 심통이 났습니다.
눈도 안 맞춰주고 대답도 퉁명스럽게 하고
못되게 굴었어요.
좋아하는 작가의 드라마 틀어놓고
소맥용으로 샀지만 소주만 마셔버려 천덕꾸러기인
카스를 홀짝홀짝.
아쉬움에 편의점에 가려는데 남편이 따라 나섭니다.
오분이면 다녀오니까 혼자 가겠다며
냉기 뿜는 와이프가
밉지도 않은지 후다닥 따라 나서주는 남편.
저는 오른손에 지갑을 들고 앞만 보고 걸어갑니다.
그 오른쪽으론 남편이 걷고 있습니다.
제게 묻네요.
"손 잡아도 돼?"
".........어"
지갑을 뺏어 들더니 제 손을 슬며시 움켜잡네요.
그래요.
쟨 스무살에도 저랬어요.
"뽀뽀해도 돼?"
"안아봐도 돼?"
옛 생각에 남편이 엄청 귀엽지만
화난 상태이므로 절대 티 내지 않습니다.
만원에 네캔하는 맥주를 고르는데
컵라면 먹을거냐고 묻네요.
아씨.
먹겠다고 대답하면 자존심 상하는데.
저의 내적갈등을 눈치 챈건지
다시 한 번 물어보네요.
낮고 조용히 "어" 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진짜장 저는 불닭볶음면을 고릅니다.
매워서 어찌 먹냐고 걱정해주는군요.
남편이 산 와삭바 한 입씩 나눠 먹으며 집에 옵니다.
하드 얻어 먹으면서도 절대 틈을 보이진 않았어요.
이 냉랭한 분위기는 유지되야 하니까요.
아까 마신 맥주때문에 화장실 다녀오니
후다닥 물 올려놨네요.
컵라면은 환경 호르몬 나올까봐
별로랬던 기억이 났는지
밥그릇에 얌전히 담아놨군요.
약간 어이가 없지만 저기압 와이프 눈치보려니
힘들겠구나 싶어서 냅둡니다.
밥그릇에 물 부어 익힌 불닭볶음면을 먹어봅니다.
오 신기하네요.
평소보더 더 꼬들하게 익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맛있는 티는 내지 않습니다.
아 역시나 맵습니다.
혓바닥이 아파요.
맥주로도 안 달래집니다.
이거 먹으라며 자기 컵라면 밀어주는데
전 그냥 제 것 먹습니다.
밥까지 비비더니 또 권하길래
못 이기는 척 한 숟가락 퍼먹으며
매운기를 날려봅니다.
아..나도 안매운 거 살걸.
여전히 맵습니다.
어느새 다 먹은 남편은
사과를 깎아다 주더니
설거지를 하고
더러운 가스레인지를 닦습니다.
자꾸만 잘해주니까 미안한 마음에
뒤에 가서 슬그머니 안아볼까
고민하던 중 설거지가 끝나버렸습니다.
저는 드라마 보다가 맥주 마시다가
사과 먹다가 누워서 오유합니다.
어느새 옆에 오더니 종아리를 주물러 주네요.
맞습니다.
자랑질이에요.
엄청 자랑하고 싶어서 글 써봤어요.
헤헤헤헤헤헿
오늘 못 준 사랑,내일 잔뜩 줘야겠군요.
너무 귀여워서 화낼수가 없잖아요♡
여러분!!!!
얘가 제 남편입니다!!!!!!!!
내꺼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