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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31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9 23:07:25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IJIKMYA8uXo




1.jpg

김창균군불 때는 저녁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바닥에서 물이 치솟는 부엌에 앉아

저녁 내내 군불을 때거나

하릴없이 청솔가지를 툭툭 꺾어

손톱 밑 때를 파거나 이런 날

아귀가 맞지 않는 문틈 사이로 온몸을 밀어내며

햇살과 그 햇살을 향해 달려드는 먼지를 구경하다

나도 문득옹이가 많은 불쏘시개처럼

오래오래 타고 싶었다







2.jpg

김사인허공장경(虛空藏經)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 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 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3.jpg

홍신선누가 주인인가

 

 

 

골동가게의 망가진 폐품 시계들 밖으로

와르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지금은 제멋대로 가고 있는

시간이여

 

그런 시간이

인사동 뒷골목 깜깜하게 꺼진 얼굴의

망주석(望柱石)에 모른 척 긴 외줄금 찌익 긋고 지나가거나

마음이 목줄 꽉 매어 끌고 가는

뇌졸중 사내의 나사 풀린 내연기관 속으로

숨어들어

재깍 재까각 가다가 서다가 하는

 

이 느림이 삶의 주인이다

우리의 정품이다







4.jpg

권대웅

 

 

 

바다는 언제나 정면인 것이어서

이름 모를 해안하고도 작은 갯벌

비껴서 가는 것들의 슬픔을 나는 알고 있지

언제나 바다는 정면으로 오는 것이어서

작은 갯벌하고도

힘없는 모래 그늘







5.jpg

이기철자주 한 생각

 

 

 

내가 새로 닦은 땅이 되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집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빗방울이 되어서

목 타는 밭의 살을 적시는 여울물로 흐를 수 있다면

내가 바지랑대가 되어서

지친 잠자리의 날개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내가 음악이 되어서

슬픈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될 수 있다면

내가 뉘 집 창고의 과일로 쌓여서

향기로운 향기로운 술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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