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으로 퍼가지 마세여.
린다는 언제나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금발 웨이브 머리에 크고 푸른 눈을 가진 어여쁜 14살 소녀였는데,
친구도 많고 학교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린다는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항상 멋지고 값비싼 신상만 걸치고 다녔다.
지난주에 린다의 아빠가 말도 안되게 비싼 이탈리아산 초록색 가죽 외투를 사다줬다.
그 이후로 항상 그 옷만 입고 다녔다.
말타기도 좋아해서, 지난달에 아빠가 독일에서 수입해 온 말도 안되게 비싼 준마 한 필을 사다줬다.
사람만 있다하면 자랑질을 그렇게 해댔다.
어제 린다는 말을 타고 나가서 농경지 수 십 미터를 빠르게 가로 길러 달렸다.
그 누구도 막을 사람 하나 없었고 말이 작물을 짓밟든 말든 신경도 안 썼다.
곤란해지기라도 하면 언제나 그랬듯 아빠가 해결해줬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말이 속도를 올려 린다가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자기가 혼자 넘어진 터라 화를 내거나 아프다며 울지도 않았다.
린다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빠졌다.
여태껏 이렇게나 불쾌한 경험은 처음이었다.
언제쯤이나 누가 좀 와서 자기를 어르고 달래주려나 생각했다.
분명 누군가 린다가 낙마하는 모습을 봤겠지!
모두가 린다에게 눈을 떼지 못하니까!
그런데 오늘만은 달랐다.
훌쩍 큰 작물 속에 파묻히는 린다의 모습은 아무도 보질 못했다.
아무리 외쳐도 대답하는 이 하나 없었다.
다리가 전혀 움직이질 않아서 꼼짝도 못하는 처지임을 깨닫자 공포가 엄습해왔다.
초록이 무성한 작물 틈바구니에서 몇 시간이고 그렇게 누워있었다.
농기계가 저만치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린다는 초록색 외투가 너무나도 끔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