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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3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7 22:30:11
사진 출처 : https://lifeistoonic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PU3X9zsg8qI




1.jpg

윤성학마중물

 

 

 

참 어이없기도 해라

마중물마중물이라니요

 

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이는 거래요

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참 어이없게도







2.jpg

천양희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3.jpg

이상국기러기 가족

 

 

 

아버지 송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4.jpg

최승호자동판매기

 

 

 

오렌지 쥬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렀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습관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습관 또는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다닌다

 

정신 좀 차려야지

고정관념으로 굳어가는 머리의

자욱한 안개를 걷으며

차린다이제 나는 뜻밖의 커피를 마시며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고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고 불러도 되겠다

이 자동판매기의 돈을 긁는 포주는 누구일까 만약

그대가 돈의 권능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대는 돈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매음의 자동판매기가

한 컵의 사카린 같은 쾌락을 주고

십자가를 세운 자동판매기는

신의 오렌지 쥬스를 줄 것인가







5.jpg

황지우거룩한 식사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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