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잠깐 뉴스를 검색하는데 마음 아픈 소식이 들렸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어떤 분이 분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SNS를 통해 밝혀진 그 분의 신원은 스님이셨습니다. 이 분께서는 '소신공양'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페이스북엔 이 분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정원스님이란 분이셨는데, 이 분이 남기신 유서엔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내용과, 촛불이 가슴에서 타올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건들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스님의 분신이라면, 아마 틱꽝둑 스님이 월남전 때였던 1963년 고 딘 디엠 정권에 항의하며 행했던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분신일 것입니다. 이때 미국인들은 비로소 '우리가 지금 베트남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과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미국 내의 이런 정서는 결국 반전 기조로 이어져 미국이 월남에게 전쟁에서 지고 물러나게 되는 큰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4대강에 반대해 소신공양했던 문수 스님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몇년 전, 정확히 말하면 2013년 12월 31일 서울역 고가차도에서 박근혜 퇴진과 특검 도입을 외치며 분신한 고 이남종 열사도 떠올랐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 전태일은 자신과 근로기준법 책자를 태우며 시대에 항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고 분노했습니다. 그 딸의 정권이 존속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분은 이렇게 또 자기 몸에 불을 놓았습니다. 이 분들의 가슴의 울분은 스스로를 태우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그 마음들이 간절하고 억울했으면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려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이 분들의 숭고한 뜻은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서 세상이 변하는 것을 같이 보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 희생이 따라서는 안 됩니다. 특검이 더 힘 내어 사건을 조사하고,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손 잡고 이 촛불 혁명을 완수해 내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더 이상의 이런 희생이 있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눈을 더 크게 뜨고 언론을 감시해야 합니다. 지금 이 분의 희생을 폄훼하고 이것을 촛불의 의미 자체를 격하시키려는 시도들,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현재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계시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이 분이 다시 일어나셨으면 합니다. 이 분께서 희생을 각오하시면서 이루고자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가슴속에 더 새겨야 합니다.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