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미 개는 여러 마리의 강아지에 젓을 먹일 때, 어떤 강아지가 병을 걸리거나 젓을 못 먹어 비실대기 시작하면, 어미 개는 그 강아지에게는 젓을 안 물린다는 겁니다. 인간의 사로로는 비실대는 강아지에 젓을 더 많이 먹여 건강을 되찾도록 할 법한데, 개는 그런 새끼에 젓을 주어봐야 젓만 낭비하는 것이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건강한 강아지에 조금이라도 더 젓을 물리는 게 낫겠다고 본능적 결정을 한다는 겁니다.
최근 보수진영은 개혁보수신당 + 국민의당 + 손학규 + 민주당 비주류를 한데 묶어서 '개헌'을 명분 삼아 반기문을 후보로 내세워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3지대 연대에 반기를 들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반기문이 뜨면 나가리가 될 안철수입니다.
안철수는 지난 총선 때 보수 언론이 야당을 분열 구도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띄워주던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자 한국경제 신문의 안철수 관련 기사는 가관이었습니다. 기사 제목이 《[CES 2017] 안철수, 기자들과 낯 뜨거운 상황 연출…무슨 일이?》입니다. 내용은 안철수가 유력 대선주자에서 멀어지다 보니 기자들이 아무도 그를 취재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왜 멀리 미국에까지 정치하러 왔느냐 하며 기자들이 짜증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는 현재 안철수가 처한 당내 상황,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들어 차기 대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안철수가 멀리 미국에 와서까지 왕따당하고 있다고 쓸 만큼 관심을 기울여 기사를 쓸 요량이라면, 그 정성을 가지고 안철수의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의 발언을 분석 보도할 수 있고, 비박 연대를 거부하는지에 자세히 물어 보도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은 것은, 바로 "안철수 너는 이제 보수정권 재창출에 방해가 되니, 치권에서 귀찮게 나대지 말라."는 메시지의 다름 아닙니다. 키워주기는커녕 방해가 되니까 죽여놓겠다는 속내가 역력합니다.
보수 언론은 그동안 전략적 필요에 따라 야권의 수많은 2인자 정치인을 부각시켜왔습니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도 조선일보와 TV조선 기타 보수 언론은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 이재명을 한껏 띄웠습니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빠지고, 양 진영이 이전투구를 벌이기를 노려서입니다. 그런데, 두 대선주자가 나름대로 자제하고, 열성 지지들만 티격태격하는 수준에 그친데다가 이재명 지지율이 오르면서 민주당 지지자가 늘어나고 이게 다시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 모두에게 플러스 효과를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러자 TV조선과 조선일보는 표변했습니다. 바로 이재명을 신랄히 까서 이지명 효과를 제거하기로 한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보수 언론의 의도만큼 잘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 하면, 이재명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늘리면, 이재명 지지자들이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되돌아가기보다는 문재인에게로 이동하여 머무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등의 전략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보수 언론들은 이렇게 전략적으로 나가는데, 진보 언론들이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아쉽습니다. 심지어 보수 언론이 짠 프레임에 빠져 야권 내에서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상대 대선주자를 폄하하는 기사를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만년 야당지 해도 싸다고 혹평하고 싶습니다.
그럼, 아래에 기사를 링크해두니 이 기사가 얼마나 악의적 의도에서 쓰여졌는지 기사 본문과 댓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