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에 갔다
털이 듬뿍 들어간 파카를 사야한다며, 어정쩡한 패딩들을 지나치기를 여러번
'패딩 전문점' 같은 점포에 들어갔다
엄마가 제법 따듯해 보이는 옷 하나를 가리켰다
"이건 뭐에요?"
"거위털 파카에요, 가볍고 아주 따듯합니다!"
직원이 친절하게 옷을 내려준다.
오리털 파카만 입어본 나는, 거위털로도 패딩을 만든다는걸 처음 알았다.
디자인도 그럭저럭, 소위 "새까만" 스타일이었다
'솔직히 구리다, 이 메이커는 대체 뭐람'
난 처음 보는 옷의 로고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어디꺼에요?"
"독일 브랜드에요"
난 가격태그에 써진 얼토당토않은 가격을 보고 외국꺼라 비싸구나! 라고 탄식한다
"지금 세일해서 17만원이에요, 좋은거 한번 입히세요~"
직원이 엄마에게 말한다
아! 우리의 행색이 비루했던걸까?
엄마는 항상 나에게 좋은것만 해줬다
그런 엄마에게 아들에게 좋은 옷 한벌 사주지 그러냐는 어투로 황당한 말을 하는 직원,
악의는 없었겠지?
내 기분은 최악으로 향해 곤두박질친다
'이거 비싸서 못 살 옷이 아니라 구려서 안 살 옷인데, 구린옷이 비싸네'
"가격이 비싸다 엄마 다른거 보자"
"아냐 한번 입어봐"
아뿔싸! 엄마가 자존심이 건드려진듯 한 표정이다.
하지 않아도 될 결심을 해버린 것이다.
'바보같긴..' 직원의 세일즈 전략이 성공했다.
나는 옷을 걸쳐봤다.
"좀 많이 큰데.. 가볍긴 하네"
거위털은 가벼웠다. 두껍지도 않았는데 포근했다.
그 큰 옷을 돌돌 말았더니 작은 주머니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오래 입을텐데, 좋은거 사자"
엄마는 오래 입으라며, 키도 많이 크라며, 소매가 한뼘은 남는 큰 패딩을 나에게 사줬다.
그 해 겨울은 따듯했고, 다음해 겨울도 따듯했고.. 소매는 여전히 넉넉했지만 내 마음까지 넉넉히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