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만 통과하면 누가 후보가 되든 찍어준다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데 그게 수단방법 안 가리고 원칙 짓밟으며 해도 무조건 지지하겠다는 마음은 아닐 겁니다. 공정한 경쟁에 따라 누가 이기든 찍어주겠다는 거죠.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 보면 이번 대선은 무조건 야권이 이길테니 민주당 경선만 통과할 수 있으면 대선본선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거 같습니다. 여기 더해서 정치인의 지지율과 호감도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지지율 바짝 올랐을때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같고요. 그래서 무리한 발언을 하고, 지지자들 싸움 붙이고, 경선 룰까지 유불리 따집니다. 그 기저에 깔린 심리는 경선만 통과하면 나 안찍고 배기겠어? 하는 것.
이게 2007년 정동영 심리입니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친노들이나 이명박 반대하는 국민들이 나 아니면 누구 찍을거냐 하는 거였죠. 그런데 결과적으론 역대급 표차로 이명박한테 졌습니다. 과연 그 책임은 정동영의 잘못을 눈감아주지 않고 표를 주지 않은 국민들에게 있을까요, 경선에서 온갖 파행과 부정을 저질러 민심을 떠나가게 만든 정동영에게 있을까요?
문재인만 제끼면 된다, 그럼 내가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망상입니다. 오히려 문재인 지지자들은 정동영 때처럼 울면서 경선통과한 다른 후보 찍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칙 무시하고 파행을 거듭하는 경선이 이뤄진다면 떠나가는건 중도층의 마음입니다. 그 사람들이 투표포기하거나 다른 후보 찍어서 정권교체 못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요? 문재인 지지자들? 새삼스런 정치혐오로 투표 포기한 유권자?
그래서 전 어떤 수단방법을 쓰더라도 경선만 통과하면 찍어주자는 주장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경쟁을 하는 후보는 경선 자체를 통과할 수 없으며, 통과하더라도 찍어줄 수 없다고 경고해야해요. 만일 2007년처럼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고 정동영같이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이기는데만 몰두하는 후보가 나타난다면 어차피 대선에서 승리 못합니다.
결론. 원칙에 맞춰 공정하게 경쟁하면 누가 이기든 찍어줌. 경선만 통과하고 보자는 심리로 수단방법 안 가리는 작태를 보인다면 경선에서 이겨도 못 찍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