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오유 뿐만 아니라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흉기'자동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현기차가 유독 욕을 먹는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기 이전에는 GM 쉐보래 자동차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이직을 하고보니 여러가지 느낀점이 많더군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하는 이야기가 다르고,
일선에서 직접 만나는 고객분들의 이야기가 다르고,
판매업이 아니라 생산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다르지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장차이라는게 있으니까요.
제가 GM 쉐보래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흉기차 흉기차 거리면서 신나게 디스하는 네티즌들을 볼때마다 단순하게
'현기차는 나이많고 고지식 한 사람들이 국산애용한답시고 현기를 타는구나.'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공유가 익숙한 젊은 층들은 이제 현기가 아닌 다른 브랜드에 눈을 돌리겠구나.'
이렇게 희망적으로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좋다고 생각한 쉐보래 자동차... 고객들은 알아주지 않습니다.
결국은 저울질 하다가 현대 기아로 돌아서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지요.
그런데 이직을 하고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막상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던 현기차 제가 직접 사서 몰아보니
왜 그동안 현기가 그렇게 욕을 먹어도 국산차 점유율 1위인지 알겠더군요.
그동안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매되는 국산차의 과반수가 현기차입니다. 그만큼 판매량도 많고 그에 따라 접수되는 불만또한 비례해서 많겠죠.
매체가 발달하면서 그런 불만사례들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공유되고 전파됩니다.
당연히 현기가 소비자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릴 수밖에 없지요.
현기가 모든것에서 결백하고 잘못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 배짱장사를 하는 듯한 거만한 대응과, 자동차 명장 고소사건 등 자신들의 이미지에 똥칠하는 사례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 국내에 판매되는 국산차, 아니, 수입차를 합쳐서 보더라도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내수와 수출을 차별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내수와 수출만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하는 각 나라별로도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들이 다릅니다.
내수라고 무조건 비싸고 후진 부품, 수출이라고 무조건 싸고 좋은 부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해도 되는 만큼만 만들어서 파는 것입니다.'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들조차 그런 실정이죠.
그냥 이 나라에 판매되는 자동차의 품질은 이나라의 법과 소비자들의 선택이 좌우한 결과입니다.
가장 큰 아이러니가 뭘까요?
그건 바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상품성이 뛰어난 자동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기차라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그저 멍청해서 구입하는게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당시 GM쉐보래 자동차와 이직한 후의 기아자동차를 둘다 접해본 저로써는 제가 만약 자동차 판매직을 그만두고
자동차를 구입할 상황이 왔을때 냉정하게 어떤 차를 구입하게 될까 고민해봤습니다만,
가성비나 활용도 등 여러가지 방면에서 현기차쪽으로 기우는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실제로도 같이 근무하다가 먼저 퇴사한 동생은 제가 기아자동차로 이직했다고 하니까 바로 차량 구입 문의가 들어오더군요.
'형님, 제가 솔직히 쉐보래에 근무했으니까 그쪽 차 탔지. 똑같은 조건이면 거기 차 살 이유가 없습니다.'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차를 몇번이나 구입할까요?
대략 한번 사면 5년정도 탄다고 가정했을때 10대 안팍일겁니다.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자동차 구매는 인생에서 꽤나 인상깊은 이벤트이고, 그만큼이나 신중하게 선택하고 소비하는게 자동차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기차가 이토록이나 선택받는 이유는?
현기가 하는 짓이 이뻐서? 아닐 겁니다.
제 생각에는 대안이 딱히 없어서라고 봅니다.
그래도 이만한 가격이 이정도 되는 품질의 자동차는 현기밖에 없으니까요.
장황하게 글을 썼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제가 기아자동차에서 근무중인 영업사원이라 우리 회사차 좋게 봐달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개개인이 고심하고 비교한 끝에 선택한 것이 현기차라는 거.
적어도 그 선택을 서로가 헐뜯고 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기가 싫어서 타사차를 구매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이고,
타사차를 봐도 현기에 비해 메리트를 못느껴서 현기차를 선택하는 것도 개인의 선택입니다.
전 한편으론 현대 기아를 제대로 위협할만큼 기본기가 탄탄하고, 상품성이 뛰어난 경쟁 모델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서 현대 기아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더 열심히 품질 개선에 힘쓰고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냈으면 하는 거죠.
하지만 제가 봤을때 아직까지는 그럴만한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거...
(이번에 출시된 말리부는 기대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