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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게시물ID : lovestory_829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08 19:14:19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Uu26boHhUMw






1.jpg

김재진나무

 

 

 

문득 눈앞의 세월 다 지워지고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수첩 속에 빽빽하던 이름들 하나같이

소나기 맞은 글씨처럼 자욱으로 번질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세파에 치어 각양각색인

남루 또한 지나간 상처 마냥 눈물겹고

서 있는 사람들이 한 그루 나무처럼

이유없이 그냥 아름다울 때 있다

가파른 세월이야 지나면 그뿐

코끝을 감고 도는

한 자락 커피 향에 두 눈을 감고

비 맞는 나무처럼 가슴 적시는

무심한 몸놀림이 아름다울 때 있다






2.jpg

김윤호어머니

 

 

 

빈 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날 때

머리에 수건 쓴 어머니가 보인다

 

싸리문을 조금 열고 마당을 지나

흰 발자국을 따라가면

내 유년의 검정고무신이

아직도 당신의 품 안에 놓여있다

 

그 날 나는 연을 띄웠다

낯 선 곳으로 떠가는

내 시선의 끝을

언제나 잡아주시던 어머니

 

한 잔 소주에 비틀거리는

타향의 꿈 속에

오늘은 나를 업은 연이 되어

굽어보시는 어머니






3.jpg

김용택그리운 것들은 다 산뒤에 있다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4.jpg

김영교얼음꽃

 

 

 

먼산 하얗게

얼음꽃 피었다

오는 계절을 망각한 듯

봄색시 오시는 길

깊은 겨울이 들어와 있다

밤새 떨고섰을

새순 한잎

들꽃 한다발

시린 마음에

가슴 저려온다

봄속

겨울이 있고

겨울속

봄이 있는 초원

그 안에

내가 있다







5.jpg

한풍작그림자

 

 

 

무게도 없이

두께도 없이

쓸어져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춤추며

동행하며

가볍게 만나고

소리 없이 헤어진다

 

기쁨의 앞에 서서

슬픔의 뒤에 누워서

어둠 속에서 살 수 없는

빛이 준 선물

 

사람의 물감으로는

물들일 수 없는

사람의 뜻으로는

묶어 둘 수 없는

 

바위의 그림자는

바위만큼 무겁고

나무의 그림자는

자란 뿌리만큼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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