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고 다니는 손목시계가 몇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넘어지면서 손을 좀 쎄게 짚었더니 시계판의 5시표시가 떨어지고 날짜표시가 어긋나 버렸던 것이다.
티쏘 대리점에 가져갔다. 어디서 샀냐 인증서는 있냐 팔때와는 180도 다른 꼬장 꼬장한 질문과 허들을 넘어 겨우 맡긴 시계는 3주나 지난 후에 연락이 왔다.
문자판 떨어진거 붙이는데 3.6만원 날짜 시스템 고치는데 15만원해서 18.5만원인데 수리 할꺼냐는 거였다. 60만원짜리 시계를 고치는데 그 돈을 지불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시계 덕후형에게 전화를 했다.
"그정도면 종로 종로 세운스퀘어 2층가서 수리비 한 5만원에 고칠수 있을껄?"
일단 가봤다. 엄청나게 많은 가게에는 한눈에도 70은 넘어 뵈는 어르신들이 한쪽눈에 뭔가를 끼고 시계를 고치고 게셨다. 어딜 들어가냐 하는걸까 옆을 보는데 한 가게에 부부로 보이는 할머니가 같이 앉아 있다 나랑 눈이 마주쳤다. 여기다~~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저 시계가 고장이 났는데 좀 봐주실수 있으세요?"
할머니는 잠깐 멈짓하더니 할아버지를 보셨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시더니 손을 내미셨다
"뭐가 고장인가요?"
"문자판이랑 날짜 돌아가는게 고장이 났어요~"
"이거 시계를 분해해서 고쳐야 하는건데 5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고치겠어요?"
역시 덕후는 덕후였다. 가격을 딱 맞추다니~
"네 부탁 드릴께요 얼마나 걸릴까요?"
"한 1시간 정도?"
할아버지는 시계를 분해하기 시작하셨다~ 복잡하고 자그만 나사와 톱니바퀴를 정교하게 다루시는것이 너무 신기해서 슬그머니 앞으로 가서 구경을 했다.
한참 보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일손을 멈추시곤 나를 올려다 보셨다
"볼려면 의자 가지고 와서 앉아서봐요~ 거기 서 있으니 신경이 쓰이잖아~"
"아 너무 신기해서 그만 죄송합니다~"
"아니 보는거루뭐라고 하는게 아니야 서 있으니 신경이 쓰여서 그래~"
다시 원래 자리에서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왠 할아버지가 오셨다.
"부품이나 팔지 뭘 시곌 고치고 있어~"
하시며 오만원짜릴 내미셨다. 할아버진 밑에서 뭔가를 꺼내 건내시곤 4만원을 거슬러 주시며 말씀 하셨다
"고쳐 달라는데 그럼 안고쳐줘?"
얼마나 지났을까 할아버지가 다 고치셨다며 시계를 건내 주셨다
"잘 돌아가는지 한번 봐봐요~"
"네~ 잘되네요~"
"여기 봐봐 부품을 이만큼 갈았어~"
갑자기 몸속에 경보기가 삐뽀거렸다. 돈을 더 달라고 하시려는간가? 호갱님 테큰가?
"혹시 수리비가 더 비싸진건가요?"
할아버진 나를 올려다 보시더니 너털 웃음을 웃으셨다
"아냐 수리비는 5만원이에요~ 사실 나는 이제 눈이 침침해서 수릴 안하거든~ 여기서 부품을 파는데 오랜만에 고쳤네~~ 이게 전부 날짜 돌아가는데 관계되는 부품인데 어느게 잘못됐는지 테스틀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난 부품 수입을 해서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그냥 다 갈아서 고친거야~ 딴데 가면 시간이 한참 더 걸렸을꺼야~"
"네~~ 감사합니다. 계산은 혹시 카드로도 되나요?"
"여긴 카드 안 받어~ 여기로 계좌이체해줘~"
쪽지에 계좌를 적어주셨다.
"확인 해주세요 지금 이체 했어요~"
할아버진 스마트폰을 꺼내 송금 문자를 확인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길 아직도 많은 노인 분들이 앉아서 시계를 고치고 게신다. 저분들이 가 돌아 가시면 저 많은 시계는 누가 다 고치려나. 오래 걸리고 비싸고 인증서 없으면 받아 주지도 않는 AS센터 밖에 없는 건가?
빤짝 빤짝하고 매끈한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가볍고 정확한 쿼츠 시계를 마다하고 굳이 무겁고 시간도 자꾸만 틀려지는 오토 시계를 차는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