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2살이었을 때의 이야기.
당시 18살이었던 사촌 오빠는 속수무책으로 불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싸움질이라도 하고 돌아온 건지 늦은 밤~새벽쯤에 현관에서 엄청 소리를 질러댔다.
또 난리 치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말을 하고 있고,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이제까지는 비명이나 말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에서는 자기 배를 누르며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사촌 오빠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서 계시는 숙부, 숙모, 조부모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간병도 하지 않았다.
[봐선 안 될 것을 보았다.]
그런 생각이 가득 들었지만, 어린 마음에 [말 걸지 않으면 큰일이 날지도] 라고도 생각해서, 연기하는 티가 확 났다고 해도 [오빠, 오빠 병에 걸렸어?] 라고 바보처럼 울면서 달려가 다가갔다.
숙부와 할아버지는 그저 멍하게 계셨고,
할머니는 [구급차 불렀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숙모도 [여보, 보험증 준비해줘]라고 하시고,
숙부는 [한 번 더 전화해볼게]라고 하시며 전화가 있는 곳으로 가셨다.
그러고 난 뒤에 내가 결혼하게 됐을 때 그 사촌 오빠에게 [오빠, 그때 진짜 위험했었지] 라고 말하니까,
[응, 결혼 축하 선물로 뭐든지 사줄게. 뭐 갖고 싶어?] 라고 말하길래 [전자동 세탁기] 라고 말했더니 사촌오빠는 건조기도 추가해서 굉장히 비싼 전자동 세탁기를 사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죽게 내버려 둘 셈이 아니었나 하고...
그 때 사촌 오빠는 내장이 일부 찢어져서 엄청난 수술을 했고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바람에 유급이 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