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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기술
게시물ID : phil_92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전복
추천 : 0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6/25 16:42:01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글을 시작하기 전, 철학전공자가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제가 서술하는 부분은 무의식을 의식/논리로 풀어나가는 것으로 ‘생각’이나 ‘의식’ 보다는 ‘무의식’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란 사람과 B란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 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왜 우리는 서로에게 실망하고, 아파하고, 상처받는가?


조금은 서사적으로 접근하자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서부터 다루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사랑에 빠지는가?

그것은 상대방이 내가 가지는 환상의 대상일 것이라 느끼는 하나의 착각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엄마 뱃속에서는 먹고, 자고, 배변을 참지 않아도 되며 내가 필요한 모든 것 이 해결되었는데

어? 태어나고 나니까 내가 배고픈데,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자고 싶은데... 아, 엄마라는 사람이 이것을 다 해결해주는구나

응? 근데 뱃속에서처럼 그냥 가만히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되잖아…….

엄마!!! 어? 아빠랑 논다고 나한테 이걸 다 안해주는거였어?

어? 엄마 어디가? 나 안아주다가 아빠한테 감 ㅠㅠ

... 아빠는 내가 가지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나봐……. 나도 그걸 가지면 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엄마를 가질 수 있겠지?]


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나는 가지지 못하지만 아빠한테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 무엇인가가 ‘팔루스(phallus)' 인데,

우리는 여기서 ‘환상’이라는 대상이 다가오게 되죠.

즉,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팔루스’를 가지면 내가 다 좋아질 것 같아. 라는 대상이 되는 겁니다.

팔루스는 어떤 특정한 물건이나 대상이 아니라 환상적 대상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욕망’을 꿈꾸죠.


조금 돌아왔지만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이야기해보면

내가 누군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은 ‘저 사람을 가질 수 있다면 난 행복해질 것 같아’ 라는 거죠.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사람은 나에게 팔루스와 같은 욕망의 대상(오브제a)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것을 오브제a(팔루스라고 느끼는 것) 라고 느끼는가?

그것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 혹은 그러한 것을 가진 대상입니다.

우리가 가난을 겪는다면,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 일거야. 돈이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겠죠. 사실 우리는 돈이 우리의 모든 요구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단순히 그럴 것 같아 라는 ‘환상의 대상’이죠.

마찬가지로 내가 취준생이라면, 내가 좋은 직장을 가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아. 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학업에 열중인 학생들은 ‘좋은 진학’이 그러한 대상으로 다가오겠죠.


이러한 환상의 대상이 ‘사람’이 될 때,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근데 우리는 무조건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이 오브제a(팔루스)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내가 가질 수 있을 법한 대상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누군가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욕망한다고 할 때, 이 욕망의 대상은

‘세계정복자, 대통령, 세계 제 1의 갑부’ 보다는

‘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정도의 위치’ 를 욕망합니다.

이것은 내가 가지지 못할 것 같은 어떤 대상은 ‘환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 관계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죠.


즉,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가질 수 있을 법 한 것’을 욕망합니다. 내가 전혀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욕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빈’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괜찮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또한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표현했을 때, 우리가 그 사람에게 더 사랑에 빠지기 쉬운 것은 그 사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느낌이 작용하는 것이죠.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 라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근데 사람들이 많이 실수하는 것은

‘날 가지세요. 난 이미 당신의 포로입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환상의 대상’ 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 환상의 대상을 가졌을 때, 환상은 깨질 수 있습니다.

한 중학생이 너무나 노트북을 가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학생에게는 노트북은 가지면 모든 것이 만족될 것만 같은 ‘환상’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노트북을 가지게 된다면

‘우와~ 좋네. 편하네.’ 정도로 바뀔 뿐,

매일같이 인터넷으로 노트북들을 알아보고, 부모님께 떼쓰고, 노트북을 가지기 위해 돈을 모으게 되는... 그런 환상의 대상은 아닙니다.

곧, 새로운 환상의 대상을 찾게 되는 거죠.


여기서 밀당의 중요성이 나옵니다. 연애를 할 때, ‘당신은 나를 다 가졌다’ 라는 인식을 주면 안되는 거죠. 날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다 만족되지는 않아. 라고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은 내가 아닌 무엇인가를 욕망하겠죠.

어려운 것은 앞에서 말했듯, ‘당신은 결코 날 가지지 못해’ 라는 인식을 주면 그것은 ‘환상의 대상’이 아닌 ‘내가 가질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밀당의 핵심은

‘당신이 날 가지면 니가 상상하는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될 것이야. 넌 날 가질 수 있지만 아직 난 완전히 너의 것이 아니야’

라는 말로 축약할 수 있겠죠


전 사람들이 말하는 밀당의 기술을 믿지 않습니다.

카톡은 몇 분 있다가 보내고, 며칠 있다가 다시 연락하고, 어떻게 질투심을 유발해야 하고…….

사람들이 가지는 환상은 모두 다릅니다. 밀당에서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환상을 가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상대방이 날 가졌다. 라고 느낄 때 즈음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날 포기할 때 쯤 한 발 다가서는 거죠.

가질 수 있듯, 동시에 가질 수 없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가지는 환상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내 모든 것을 open하는 것은, 빨리 날 떠나가 줘... 라는 것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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