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s://dpplgngrd.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pbE15zhEOmA
편부경, 그리움은 키가 자란다
배는 뜨지 않았다
바다를 보면 어디에고 네가 있었고
너는 보이지 않았다
도시를 어슬렁거리던 신발따위
섬에서는 없어도 좋았다
후박 푸른 잎 사이로 햇살이 들고
저 마다의 눈빛으로 팽창한
물빛이 반들거렸다
새벽 어판장 젖은 바닥에
허망해진 눈동자들이 뒹굴고 있었다
혹자는 무심히 그걸 밟고 또는
유심히 들여다 본다
긴 호스를 끌어온 말 없는 손이
오징어의 눈을 쓸어 담았다
등을 굽히던 일상에서
내일을 두려워 해 본 일이 있었던가
믿지 못할 눈을 부벼본다
수평으로 고개를 들면
지웠다 그려지는 먼 배
물너울이 싣고오는 키가 큰 바다에서
닿지 않는 생각을 물어뜯어도
그리운 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빈 손 안의 끔찍한 절망이 한움큼씩
식어 갈 뿐
정숙, 연잎
관음보살
바람에 쉴 새 없이 몸 흔들리면서도
맨발로 진흙을 밟고 서서
곧 사라질 목숨
이슬방울을
잠시라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도록
소중하게 받들고 있다
김정원, 어떤 도전
늦푸른 잎새 몇
꿈의 시리즈를 아직은 품은 채
창공의 아득한 손짓
본채 만채 거부한다
오류 투성이라도 나름대로의 노래
어혈 무늬 섬섬을
서녁 하늘에 사랑한다
향기도 없이
쫓기어간다 해도
한 생애 겨웁도록 사랑했노라
이수익, 봄날에
봄에는
혼자서는 외롭다, 둘이라야 한다, 혹은
둘 이상이라야 한다
물은 물끼리 흐르고
꽃은 꽃끼리 피어나고
하늘에 구름은 구름끼리 흐르는데
자꾸만 부푸는 피를 안고
혼자서 어떻게 사나, 이 찬란한 봄날
그대는 물 건너
아득한 섬으로만 떠 있는데
이육사, 교목(喬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