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문재인 한계론'에 대한 친문들의 속내>라는 제목으로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가 기고한 글입니다.
-----
확장성? 문재인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딴지 거는데, 야권에 대권주자가 문재인뿐인가. 박원순·안희정·이재명이 있고 당 밖에 안철수·손학규도 있다. 이들이 야권 표를 갈라 먹으니 지지율이 확 뜨지 못한 것뿐이다. 경선으로 정리가 되면 이들 표는 다 문재인에게 오게 돼 있다. 특히 이재명의 지지율은 문재인 지지층 바깥에서 나온 확장재다. 정의당과 안철수 지지층, 새누리당 실망층이 이재명에게 넘어온 거다. 문재인이 경선에서 이재명을 누르면 그 표가 어딜 가겠는가. 안철수가 출마를 강행해 대선이 3파전으로 치러져도 대세엔 지장이 없을 이유다. 국민의당 덕분에 더불어민주당이 1위를 한 총선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 물론 대선 전에 안철수와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반기문? 그 사람도 머리가 복잡할 거다. 비박과도 거리를 두며 몸값을 올려보려 애쓰지만 당을 업지 않은 사람이 집권하긴 불가능하다. 그걸 아는 정진석이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 10여 명을 끌고 나와 ‘반기문 신당’을 만들려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직 유엔 수장이 충청 지역당 보스로 격하되면 대선 패배 이전에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국민의당이 반기문에다 손학규·정운찬까지 끌어들여 경선을 치른다는 것도 현재로선 힘든 얘기다. 호남에서 안철수가 내려앉고, 문재인이 1위로 올라선 걸 보라.
일단 헌법에 앞서 선거부터 개혁하자고 주장해 개헌론을 차단하는 방안이 있다.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던져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거다. 그래도 개헌론이 확산되면 과감히 역공을 펼치는 방안도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던지고, 집권 뒤 상황을 보는 것이다. 일단 대선부터 이겨놓고 보면 길이야 뭐든 생기지 않겠나.
측근 정리? 솔직히 ‘3철’이 무슨 힘이 있나. 이호철은 총선조차 불출마하며 거리를 두고 있고, 전해철도 의원으로서 정책에만 힘쓰고 있다. 양정철이 신실세로 떴다지만 과장된 소문일 뿐이다. 게다가 문재인이 지금 측근을 정리하고 그 자리에 비문 인사를 꽂으면 “탄핵 결론도 안 났는데 대선 캠프부터 차렸나”는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함정에 빠질 성싶은가.
경선 룰? 비문들이 난리 치지만 역시 모바일 경선이 시대의 대세다. 비문들은 모바일 권리당원들이 ‘문빠’(열성 문재인 지지자)로 메워졌다고 떠들지만 증거가 있는가. 권리당원 외에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은 비문 편이 많지 않은가. 문재인이 지지율 1위라고 그에게만 불리한 룰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역차별이요 반민주적 구태 아닌가.
문재인이 과격하다는 주장도 힘을 잃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삼성 핵심 인사인 장충기 사장이 ‘최순실 청문회’ 증인에서 빠졌음에도 넘어가 줬다. 새해 예산에서 법인세 인상을 포기하는 용단도 내렸다. 비문들이 ‘친재벌 본색’이라 난리 치지만 경제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이런 충정이 유권자의 인정을 받아 중도표 확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며 당에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충청 출신에다 중도 성향이라 반기문 방화벽 역할을 톡톡히 해줄 정운찬 전 총리 같은 이들이 우리의 집중 섭외 대상이다. 우리는 강하다. 국민들이 보는 바람직한 대통령상이 박정희에서 노무현으로 바뀐 것부터 집권 가능성을 높여준다. “부자 몸조심하면 진다”며 우리를 흔드는 그 어떤 사술(詐術)에도 흔들림 없이 지금 스탠스를 지켜가면 승리는 우리 것이다. 문재인 만세. 친문 만세. 노무현 만세. 대한민국 만세.
※필자가 취재한 친문계 인사들의 얘기를 그들의 구술 형태로 재구성했다.
강찬호 논설위원